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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21

나의 고양이에게 #23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세 번째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얻는 기쁨과는 별개로 내가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들이 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찾아오는 알레르기 증상들 재채기, 콧물, 눈물, 간지러움. 얼굴 한가득 묻어 절로 찡그려지는 털들. 검은 옷을 좋아하는 나에겐 분신 같은 돌돌이로 집 나서기 전 항상 털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운 시간낭비 언제나 조용히 내 뒤를 쫓는 작은 몸을 밟지 않기 위해 늘 조심스럽게 내디뎌야 하는 한 발짝. 기분이 좋다가도 느닷없이 성질내는 고양이의 비위 맞추기. 피곤해도 만족할 때까지 혼신의 몸짓으로 실감 나게 장난감 흔들며 놀아줘야 하는 격렬한 놀이시간. 혼자 잘 놀다가도 내가 뭐 하려고만 하면! 꼭 그럴 때만! 귀신같이 달려와 온몸으로 방해하는 고양이 물리.. 2023. 1. 29.
나의 고양이에게 #22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두 번째 숨길 수 없는 내 고양이의 사랑스러움. 가만히 둥을 쓰다듬는 내 손을 향해 감아오는 길고 부드러운 꼬리. 새로운 물건을 만나면 자동으로 벌름거리며 열심히 왕복운동을 하는 까만 콧잔등. 과자통을 꺼내 들 때부터 저 멀리서 몸이란 몸은 다 여기저기에 비비며 다가오는 기대에 찬 흐느적거리는 몸짓. TV를 보고 있는 나를 향한 고요하지만 불타오르는 '날 바라봐라 눈빛' 보일러만 틀면 식빵을 넘어 인절미를 굽고 있는 팔자 좋게 쭈~욱 늘어진 모습 발바닥 초코젤리를 조물 거리면 여봐란듯이 쫙 펴주는 발가락 확장 서비스 내가 먹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짓는 이상하고 기이한 표정. 제일 싫어하는 귤껍질을 내밀었을 때 나오는 진절머리 난다는 듯 찡그린 표정. 아. .. 2023. 1. 16.
나의 고양이에게 #21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한 번째 다시 새로운 1년의 시작. 너는 이제 12살이 되었고, 더 사랑스러워. 나이 듦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내 마음을 안심시켜준다는 걸 너는 모를 거야 하지만 왜일까. 겉모습은 그대로인데 천방지축 말괄량이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조용하고 차분해진 널 보는 마음 한구석이 아릿한 건. 어느 날부턴가 매일 밤 나를 찾아와 머리맡에 눕기 시작한 너. 설핏 잠이 들기 전 내 숨을 확인하는 너의 촉촉한 코를 느끼고 있노라면, '아.. 너도 내가 걱정이 되는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간다. 내가 너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처럼. 너도 나의 안위를 걱정할 거라는 것. 어쩌면 그런 생각에 잠 못 이룬 날이 너에게도 있었을 까봐. 왠지 뭉클한 마음에 내 손을 파.. 2023. 1. 4.
나의 고양이에게 #20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무 번째 내 손안에 담아도 자리가 남을 만큼 작은 몸은 200g을 겨우 넘겼다. 무게가 느껴지지도 않는 몸으로 너는 어디서 그런 힘이 나와 철창에 매달려 울었었는지 나는 다시 한번 놀라움을 느꼈다. 처음 찾아간 동물병원의 원장님은 널 보자마자 눈썹을 늘어뜨리셨다. 그저 작은 너를 안쓰러워하는 줄 알았던 난 곧 들려오는 말에 생각을 멈춰야만 했다. '이 아이는 얼마 못 살 거예요' 어미젖도 거의 못 먹고, 접종도 안된 거 같고. 이미 여러 가지 감염이 심해 살 날이 오래 남지 않았을 거라고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막연한 마음에 너만 바라보다 그래도 할 수 있는데 까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원장님을 설득하자 고민 후 하신 말. '몸무게부터 늘려야 해요. 최대.. 2022. 12. 21.
나의 고양이에게 #19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아홉 번째 침대에 앉아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니 가만히 바라보다 훌쩍 뛰어올라 내 곁에 눕는다. 웃으며 가벼운 손길로 어루만지다 묻는다. "내 노래 들어볼래?" 잠시 후 내 노래에 맞춰 흐르는 기분 좋은 골골거리는 소리가 화음처럼 섞여 든다. 박자를 맞추듯 깜박이는 눈동자와 점점 길게 늘어지는 너의 몸 노래는 클라이맥스를 향해가고 어느새 편하게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널 보니 어설픈 내 노래가 너에게 자장가가 된다는 사실에 새삼 행복을 느끼게 된다. 노래는 끝났지만 널 쓰다듬는 내 손길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 2022. 12. 15.
나의 고양이에게 #18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여덟 번째 나의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들 2 환기시키느라 열어놓은 창틀을 딛고 일어나 바깥 구경하기 햇빛 드는 이불 위에 편하게 누워 일광욕하기 깨끗하게 청소해 놓은 화장실 탐방하기 자기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 틈새 공간을 바라보며 연구하기 막 건조기에서 들리고 나은 따끈따끈한 새 이불 보일러 돌아가는 바닥에서 찜질하다 일어나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 가끔씩 내가 불러주는 아무 노랫소리 이유는 모르지만 양치하고 나온 내 입 속 냄새 맡기 속이 비치고 바스락거리는 재활용 큰 봉투 장 봐오다 길가 화단에서 발견해 가져온 강아지품 숙련된 집사의 엉덩이 받침이 훌륭한 어깨 어부바 영화의 중요한 순간 기다린 듯 나타나 절묘하게 TV 화면 가리기 뚜껑이 열러 있는 건조.. 2022. 10. 21.
나의 고양이에게 #17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일곱 번째 동그랗게 말린 몸 움찔거리는 귀와 잘게 파닥거리는 작은 앞발 오물오물 무언갈 먹는 듯한 입 너는 어떤 꿈을 꾸고 있니? 궁금해 꿈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있기를...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2022. 10. 18.
나의 고양이에게 #16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여섯 번째 어느덧 함께 산지 11년 이제는 자연스럽게 맞춰진 서로의 생활 리듬에 같이 눈 뜨고, 밥 먹고, 잠들다 보니 잠시만 떨어져도 허전함이 느껴진다. 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나의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을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나의 고양이 하나.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이 이렇게도 마음 충만한 일이라는 걸 예전엔 알지 못했었는데 이 작은 존재로 인해 정말 다채로운 감정들을 느껴볼 수 있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흐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물끄러미 오르락내리락하는 몸을 하염없이 바라볼 때가 많아졌다. 난 이게 두려움이라는 걸 알게 됐다. .. 2022. 10. 14.
나의 고양이에게 #15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다섯 번째 출근할 때 닫는 방묘문 너머의 너를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바라본다. 어딜 가나며 종종걸음으로 내 발꿈치를 따라오던 어릴 적 너는 이제 없고 이젠 내가 어디를 가는지 다 아는 눈빛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내가 없는 너의 하루는 어떻까 너를 위해 준비해 둔 것들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잘 놀라는 네가 바깥 소음에 잠 못 들고 있는 건 아닌지 날 찾아 울고 있지는 않은지 불현듯 떠오르는 걱정들이 날 괴롭힌다. 늦은 귀가에 화가 난 너의 잔소리를 달갑게 들으며 그동안 참고 참았던 애정을 너에게 쏟아낸다. 마치 만날 수 없어 그리웠던 연인처럼 여전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는 널 보며 나도 내 불안함을 다독여본다. 매일 아침 너와 날 가로막는 문을 바라.. 2022. 10. 6.
나의 고양이에게 #14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네 번째 나의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들 1 바삭하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치킨 트릿 얌체같이 콩과 당근을 골라내는 치킨 수프 아침에 일어나 처음 하는 굿모닝 고양이 키스 바각바각 절도 있는 리듬으로 춤추며 하는 스크래치 긁기 말랑한 배를 정성껏 조물거려주는 내 손 시원하고 깨끗한 갓 떠온 정수기 물 신중을 가하며 농부처럼 감자를 캐고 난 후의 청결한 화장실 약간은 까슬까슬한 발매트 '저길 들어가긴 하네..'라고 생각되는 작은 택배박스 침대와 이불 사이의 자그마한 틈 속 여행 '까까주까?' 하고 간드러진 집사의 목소리 현란한 손놀림으로 기어이 연 서랍 속 파헤치기 놀이 구석에 몰래 숨어있다가 방에서 나오는 집사 놀라게 하고 도망가기 파릇하고 싱싱하고 아삭한 캣 글.. 2022. 10. 5.
나의 고양이에게 #13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세 번째 내 고양이의 나이 듦이 슬퍼질 때가 있다. 30~40분씩 하던 놀이를 이젠 10분만 해도 엎드려 쉴 때, 3단 점프를 하며 올라가던 캣타워의 중간층을 애용할 때, 어릴 적 아팠단 후유증이 나이 들어 하나씩 나타나며 면역력이 약해질 때, 발랄하게 뛰어다니는 것보다 품에 안겨있기를 더 좋아할 때, 하지만 그런 슬픈 나이 듦이 좋을 때도 있다. 자신에게 위험이 되는지 아닌지를 스스로 알아낼 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행동해줄 때. 나와의 유대감이 점점 더 깊어짐을 느낄 때, 나의 손길을 기꺼이 환영하며 정말 편하게 쉴 때, 여전히 잘 먹고 잘 자고 잘 쌀 때. 어쩌면 다른 건 둘째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제일이다. 앞으로 그것만이라도.. 2022. 10. 1.
나의 고양이에게 #12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두 번째 고양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왜 잘 자고 있는 집사 명치 위를 굳이 밟고 지나가는지 (가끔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한 번 씩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게 은근 사람 표정하고 닮아 보이는 것 (혹시 안에 다른 존재가 들어있는 건가..) 열심히 그루밍하다 갑자기 멈춰서 혀를 내민 채로 멍 때리고 있다던지 얌전히 식빵 굽다가 '오로롱!' 하면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 싫어하는 걸 하려고 하면 깊은 체념의 한숨을 쉬고 (고양이가 진짜 한숨을 쉬다니..) 점점 사람처럼 잠을 잔다. (이제는 대자로 자는 게 더 편할 걸까..?) 아무래도 고양이들보다 사람과 오래 살다 보니 점점 사람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엉뚱한 모습들을 보고.. 2022. 9. 26.
나의 고양이에게 #11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한 번째 나는 너의 작은 배려가 사랑스럽다. 과자를 입에 넣어줄 때 이빨에 힘을 빼고 살짝 깨물어 먹을 때 자기 전 살며시 옆에 앉아 내가 잘 준비를 다 마치길 기다릴 때 내 손이 너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면 쓰다듬기 좋게 고개를 기울여줄 때 쭈욱 들어 올려 내 어깨에 착 얹으면 얌전히 등 뒤로 앞발을 늘어뜨려 편안히 기댈 때 아주 작은 소리로 날 부르길래 '그랬어?'하고 대답해주면 만족스럽게 누워 다시 잠을 청할 때 이런 모든 때가 너를 더 애틋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 2022. 9. 23.
나의 고양이에게 #10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 번째 나의 시선 프레임 한편에 늘 있는 것 쭉 뻗은 꼬리, 세모난 귀,, 작지만 통통한 발, 두드리고 싶은 엉덩이 항상 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머무르는 너의 부분들은 나의 풍경의 마지막 퍼즐처럼 빈틈없이 채워준다 밥을 먹을 때, 머리를 말릴 때, TV를 볼 때, 책을 읽을 때도 지구 곁을 일정하게 도는 달처럼 내 곁에 머물러주는 너로 인해 나의 일상은 조금 더 편안하고 여유로워지는 거겠지.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2022. 9. 22.
나이 고양이에게 #9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아홉 번째 과자를 줄 때면 아기새처럼 벌어지는 작은 입 다소곳이 앉아 열려있는 과자통은 보지도 않고 내 손만 바라보는 집중한 눈 과자를 쪼개는 순간 초롱초롱 해지면서 미리 마중 나오는 촉촉한 코 양치할 때면 보이지도 않는 입 속이 얼마나 잘 보이는지 입안에서 살살 녹을 치킨 트릿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그 느낌인 걸까 간식시간이 끝나면 언제 관심을 가졌냐는 듯 쌩하니 가버리는 얌체 고양이 만족스럽게 그루밍하는 너의 옆을 지나가면서 동그란 머리나 한번 쓰다듬어본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 2022. 9. 21.
나의 고양이에게 #7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일곱 번째 너와의 첫 만남이 기억난다. 강아지들만 모여있는 샵에서 유일한 고양이었던 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무시하고 갈 수 없을 정도의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바라보고만 있는데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았던 몸으로 도대체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였을까 나도 모르게 홀린 듯 가까이 다가가 보니 케이지 창살에 한껏 매달려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 강아지들 사이에 왜 이 아이만 고양이냐고 물어보니 그 작은 크기에 벌써 파양만 두 번째라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아 결국 널 케이지 밖으로 꺼내고 만 것이다. 인연은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긴다고 하.. 2022. 9. 4.
[책 리뷰] 홍조는 묘르신 - 민정원 / 고양이 일기 / 고양이만화 열여섯 살 묘르신 홍조와 함께 살아가는 집사작가의 고양이와 사는 삶의 행복과 슬픔, 감동, 애틋함을 담은 따뜻하고 유머넘치는 그림일기 * 제목 : 홍조는 모르신 * 지은이 : 민정원 / *출판사 : 야옹서가 * 키워드 : 홍조, 고양이, 집사, 노묘, 관찰, 반려동물 * 한줄평 : 반려묘의 나이 듦이 집사에게 끼치는 감동과 슬픔 * 만족도 : ★★★★★ [책 리뷰] 홍조는 묘르신 - 민정원 / 고양이 일기 / 고양이만화 □ 홍조는 묘르신을 읽기 전 원래는 구매 목록에 없던 책이었다. 만화 장르는 잘 소장하거나 잃지 않는 편이라 관심을 잘 안 가졌는데 우연히 읽을 책들을 검색하던 중 발견했다. 나도 반려묘를 11년째 키우고 있는 집사다. 과연 16세의 노묘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고 작가만이 친.. 2022. 8. 27.
나의 고양이에게 #6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여섯 번째 쫀득쫀득 말랑말랑 보들보들 잠깐 나왔다 쏙 들어가는 하얀 발톱 나른하게 누운 몸 앞으로 비죽 나와있는 작은 발과 초코색 젤리는 아무리 만져도 질리지 않는다. 피곤함도 스트레스도 우울함도 모두 날려버리는 나만의 특효약 자주 보여주지 않아 아쉽지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본 좋아지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의 고양이는 오늘도 내 곁에 누워 잠든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2022. 8. 24.
나의 고양이에게 #5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다섯 번째 내 고양이는 눈치 백 단 좋은 것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간식이 들어있는 서랍 근처만 가도 눈이 초롱초롱해진다던지 약통에 손만 가져가도 소파 밑으로 숨는다던지 내가 하려는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아내는 눈치 백 단 고양이 간식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긴 꼬리가 위로 쭈욱 올라오는 게 귀엽고 약 먹기 싫어 머리만 숨겼다가 잡혀올 때 포기한 듯 온몸이 축 늘어지는 모습도 그저 귀엽다. 기분 좋은 것만 해줄 수 없는 능력 없는 집사지만 이런 날 늘 똑같이 좋아해 주고 따라다녀주는 나의 고양이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 2022. 8. 23.
나의 고양이에게 #3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편지 세 번째 창밖을 바라보는 너의 눈을 본다. 동그란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엔 작은 우주가 있다. 가만의 너의 옆모습을 보다 같이 창밖을 내다본다. 너의 눈이 향하는 곳을 보면 그곳엔 날아가는 작은 새들과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지나가는 차들이 있다. 차례차례 이어가다 돌아오는 마지막엔 나의 얼굴이 보인다. 널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나의 얼굴이. 맑고 투명한 우주 같은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떻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난 늘 궁금해. 너와 함께 밖을 바라보면 느낄 수 있는 작은 평화와 같은 시간이 좋다. 그래도 언제나 너의 눈동자의 마지막 도착지는 나이기를 바라. 잊지 말고 날 바라봐줘 언제까지나.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2022. 8. 21.
나의 고양이에게 #1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첫 번째 어느 밤 잠이 다가오기 전 들려오는 그릉그릉 목 울음소리 살짝 촉촉하고 차가운 너의 코가 날 스치면 나의 손은 너의 동그란 머리를 찾아 쓰다듬는다. 내 손은 이미 가득 차 있는 몸을 더 밀어 넣으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아직도 한 손에 쏙 들어가는 아기 고양이라 생각하는 걸까? 일정하게 불어오는 너의 콧바람을 느낀다. 따뜻하고 말랑한 몸을 살살 쓰다듬으며 나도 그렇게 깊은 잠에 든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 202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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