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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두 번째
숨길 수 없는 내 고양이의 사랑스러움.
가만히 둥을 쓰다듬는 내 손을 향해
감아오는 길고 부드러운 꼬리.
새로운 물건을 만나면 자동으로 벌름거리며
열심히 왕복운동을 하는 까만 콧잔등.
과자통을 꺼내 들 때부터 저 멀리서
몸이란 몸은 다 여기저기에 비비며 다가오는
기대에 찬 흐느적거리는 몸짓.
TV를 보고 있는 나를 향한
고요하지만 불타오르는 '날 바라봐라 눈빛'
보일러만 틀면 식빵을 넘어 인절미를 굽고 있는
팔자 좋게 쭈~욱 늘어진 모습
발바닥 초코젤리를 조물 거리면 여봐란듯이
쫙 펴주는 발가락 확장 서비스
내가 먹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짓는
이상하고 기이한 표정.
제일 싫어하는 귤껍질을 내밀었을 때 나오는
진절머리 난다는 듯 찡그린 표정.
아. 나는 고양이 괴롭힐 때가 제일 재미있어!
웃긴 모습도, 화가 난 모습도, 삐진 모습도
다 사랑스러우면 반칙 아닌가.
날이 갈수록 사랑스러워지는 존재가 있다는 걸
나는 너를 통해 절실히 깨달아.
나에게 모든 것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존재도 아마
너뿐일 거야.
그렇기에 내가 널 사랑한다는 건 진리인 셈이지.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2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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