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나의고양이에게12 나의 고양이에게 #18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여덟 번째 나의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들 2 환기시키느라 열어놓은 창틀을 딛고 일어나 바깥 구경하기 햇빛 드는 이불 위에 편하게 누워 일광욕하기 깨끗하게 청소해 놓은 화장실 탐방하기 자기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 틈새 공간을 바라보며 연구하기 막 건조기에서 들리고 나은 따끈따끈한 새 이불 보일러 돌아가는 바닥에서 찜질하다 일어나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 가끔씩 내가 불러주는 아무 노랫소리 이유는 모르지만 양치하고 나온 내 입 속 냄새 맡기 속이 비치고 바스락거리는 재활용 큰 봉투 장 봐오다 길가 화단에서 발견해 가져온 강아지품 숙련된 집사의 엉덩이 받침이 훌륭한 어깨 어부바 영화의 중요한 순간 기다린 듯 나타나 절묘하게 TV 화면 가리기 뚜껑이 열러 있는 건조.. 2022. 10. 21. 나의 고양이에게 #17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일곱 번째 동그랗게 말린 몸 움찔거리는 귀와 잘게 파닥거리는 작은 앞발 오물오물 무언갈 먹는 듯한 입 너는 어떤 꿈을 꾸고 있니? 궁금해 꿈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있기를...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2022. 10. 18. 나의 고양이에게 #16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여섯 번째 어느덧 함께 산지 11년 이제는 자연스럽게 맞춰진 서로의 생활 리듬에 같이 눈 뜨고, 밥 먹고, 잠들다 보니 잠시만 떨어져도 허전함이 느껴진다. 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나의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을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나의 고양이 하나.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이 이렇게도 마음 충만한 일이라는 걸 예전엔 알지 못했었는데 이 작은 존재로 인해 정말 다채로운 감정들을 느껴볼 수 있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흐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물끄러미 오르락내리락하는 몸을 하염없이 바라볼 때가 많아졌다. 난 이게 두려움이라는 걸 알게 됐다. .. 2022. 10. 14. 나의 고양이에게 #15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다섯 번째 출근할 때 닫는 방묘문 너머의 너를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바라본다. 어딜 가나며 종종걸음으로 내 발꿈치를 따라오던 어릴 적 너는 이제 없고 이젠 내가 어디를 가는지 다 아는 눈빛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내가 없는 너의 하루는 어떻까 너를 위해 준비해 둔 것들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잘 놀라는 네가 바깥 소음에 잠 못 들고 있는 건 아닌지 날 찾아 울고 있지는 않은지 불현듯 떠오르는 걱정들이 날 괴롭힌다. 늦은 귀가에 화가 난 너의 잔소리를 달갑게 들으며 그동안 참고 참았던 애정을 너에게 쏟아낸다. 마치 만날 수 없어 그리웠던 연인처럼 여전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는 널 보며 나도 내 불안함을 다독여본다. 매일 아침 너와 날 가로막는 문을 바라.. 2022. 10. 6. 나의 고양이에게 #14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네 번째 나의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들 1 바삭하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치킨 트릿 얌체같이 콩과 당근을 골라내는 치킨 수프 아침에 일어나 처음 하는 굿모닝 고양이 키스 바각바각 절도 있는 리듬으로 춤추며 하는 스크래치 긁기 말랑한 배를 정성껏 조물거려주는 내 손 시원하고 깨끗한 갓 떠온 정수기 물 신중을 가하며 농부처럼 감자를 캐고 난 후의 청결한 화장실 약간은 까슬까슬한 발매트 '저길 들어가긴 하네..'라고 생각되는 작은 택배박스 침대와 이불 사이의 자그마한 틈 속 여행 '까까주까?' 하고 간드러진 집사의 목소리 현란한 손놀림으로 기어이 연 서랍 속 파헤치기 놀이 구석에 몰래 숨어있다가 방에서 나오는 집사 놀라게 하고 도망가기 파릇하고 싱싱하고 아삭한 캣 글.. 2022. 10. 5. 나의 고양이에게 #13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세 번째 내 고양이의 나이 듦이 슬퍼질 때가 있다. 30~40분씩 하던 놀이를 이젠 10분만 해도 엎드려 쉴 때, 3단 점프를 하며 올라가던 캣타워의 중간층을 애용할 때, 어릴 적 아팠단 후유증이 나이 들어 하나씩 나타나며 면역력이 약해질 때, 발랄하게 뛰어다니는 것보다 품에 안겨있기를 더 좋아할 때, 하지만 그런 슬픈 나이 듦이 좋을 때도 있다. 자신에게 위험이 되는지 아닌지를 스스로 알아낼 때,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고 행동해줄 때. 나와의 유대감이 점점 더 깊어짐을 느낄 때, 나의 손길을 기꺼이 환영하며 정말 편하게 쉴 때, 여전히 잘 먹고 잘 자고 잘 쌀 때. 어쩌면 다른 건 둘째치고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게 제일이다. 앞으로 그것만이라도.. 2022. 10. 1. 나의 고양이에게 #12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두 번째 고양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왜 잘 자고 있는 집사 명치 위를 굳이 밟고 지나가는지 (가끔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한 번 씩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게 은근 사람 표정하고 닮아 보이는 것 (혹시 안에 다른 존재가 들어있는 건가..) 열심히 그루밍하다 갑자기 멈춰서 혀를 내민 채로 멍 때리고 있다던지 얌전히 식빵 굽다가 '오로롱!' 하면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 싫어하는 걸 하려고 하면 깊은 체념의 한숨을 쉬고 (고양이가 진짜 한숨을 쉬다니..) 점점 사람처럼 잠을 잔다. (이제는 대자로 자는 게 더 편할 걸까..?) 아무래도 고양이들보다 사람과 오래 살다 보니 점점 사람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엉뚱한 모습들을 보고.. 2022. 9. 26. 나의 고양이에게 #11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한 번째 나는 너의 작은 배려가 사랑스럽다. 과자를 입에 넣어줄 때 이빨에 힘을 빼고 살짝 깨물어 먹을 때 자기 전 살며시 옆에 앉아 내가 잘 준비를 다 마치길 기다릴 때 내 손이 너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면 쓰다듬기 좋게 고개를 기울여줄 때 쭈욱 들어 올려 내 어깨에 착 얹으면 얌전히 등 뒤로 앞발을 늘어뜨려 편안히 기댈 때 아주 작은 소리로 날 부르길래 '그랬어?'하고 대답해주면 만족스럽게 누워 다시 잠을 청할 때 이런 모든 때가 너를 더 애틋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 2022. 9. 23. 나의 고양이에게 #10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 번째 나의 시선 프레임 한편에 늘 있는 것 쭉 뻗은 꼬리, 세모난 귀,, 작지만 통통한 발, 두드리고 싶은 엉덩이 항상 나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머무르는 너의 부분들은 나의 풍경의 마지막 퍼즐처럼 빈틈없이 채워준다 밥을 먹을 때, 머리를 말릴 때, TV를 볼 때, 책을 읽을 때도 지구 곁을 일정하게 도는 달처럼 내 곁에 머물러주는 너로 인해 나의 일상은 조금 더 편안하고 여유로워지는 거겠지.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2022. 9. 22. 나이 고양이에게 #9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아홉 번째 과자를 줄 때면 아기새처럼 벌어지는 작은 입 다소곳이 앉아 열려있는 과자통은 보지도 않고 내 손만 바라보는 집중한 눈 과자를 쪼개는 순간 초롱초롱 해지면서 미리 마중 나오는 촉촉한 코 양치할 때면 보이지도 않는 입 속이 얼마나 잘 보이는지 입안에서 살살 녹을 치킨 트릿을 먹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는 그 느낌인 걸까 간식시간이 끝나면 언제 관심을 가졌냐는 듯 쌩하니 가버리는 얌체 고양이 만족스럽게 그루밍하는 너의 옆을 지나가면서 동그란 머리나 한번 쓰다듬어본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 2022. 9. 21. 나의 고양이에게 #7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일곱 번째 너와의 첫 만남이 기억난다. 강아지들만 모여있는 샵에서 유일한 고양이었던 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무시하고 갈 수 없을 정도의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바라보고만 있는데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았던 몸으로 도대체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였을까 나도 모르게 홀린 듯 가까이 다가가 보니 케이지 창살에 한껏 매달려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 강아지들 사이에 왜 이 아이만 고양이냐고 물어보니 그 작은 크기에 벌써 파양만 두 번째라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아 결국 널 케이지 밖으로 꺼내고 만 것이다. 인연은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긴다고 하.. 2022. 9. 4. 나의 고양이에게 #6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여섯 번째 쫀득쫀득 말랑말랑 보들보들 잠깐 나왔다 쏙 들어가는 하얀 발톱 나른하게 누운 몸 앞으로 비죽 나와있는 작은 발과 초코색 젤리는 아무리 만져도 질리지 않는다. 피곤함도 스트레스도 우울함도 모두 날려버리는 나만의 특효약 자주 보여주지 않아 아쉽지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본 좋아지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의 고양이는 오늘도 내 곁에 누워 잠든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2022. 8. 24.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