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고양이14 나의 고양이에게 #23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세 번째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얻는 기쁨과는 별개로 내가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들이 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찾아오는 알레르기 증상들 재채기, 콧물, 눈물, 간지러움. 얼굴 한가득 묻어 절로 찡그려지는 털들. 검은 옷을 좋아하는 나에겐 분신 같은 돌돌이로 집 나서기 전 항상 털 정리해야 하는 번거로운 시간낭비 언제나 조용히 내 뒤를 쫓는 작은 몸을 밟지 않기 위해 늘 조심스럽게 내디뎌야 하는 한 발짝. 기분이 좋다가도 느닷없이 성질내는 고양이의 비위 맞추기. 피곤해도 만족할 때까지 혼신의 몸짓으로 실감 나게 장난감 흔들며 놀아줘야 하는 격렬한 놀이시간. 혼자 잘 놀다가도 내가 뭐 하려고만 하면! 꼭 그럴 때만! 귀신같이 달려와 온몸으로 방해하는 고양이 물리.. 2023. 1. 29. 나의 고양이에게 #22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두 번째 숨길 수 없는 내 고양이의 사랑스러움. 가만히 둥을 쓰다듬는 내 손을 향해 감아오는 길고 부드러운 꼬리. 새로운 물건을 만나면 자동으로 벌름거리며 열심히 왕복운동을 하는 까만 콧잔등. 과자통을 꺼내 들 때부터 저 멀리서 몸이란 몸은 다 여기저기에 비비며 다가오는 기대에 찬 흐느적거리는 몸짓. TV를 보고 있는 나를 향한 고요하지만 불타오르는 '날 바라봐라 눈빛' 보일러만 틀면 식빵을 넘어 인절미를 굽고 있는 팔자 좋게 쭈~욱 늘어진 모습 발바닥 초코젤리를 조물 거리면 여봐란듯이 쫙 펴주는 발가락 확장 서비스 내가 먹는 음식의 냄새를 맡고 짓는 이상하고 기이한 표정. 제일 싫어하는 귤껍질을 내밀었을 때 나오는 진절머리 난다는 듯 찡그린 표정. 아. .. 2023. 1. 16. 나의 고양이에게 #21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한 번째 다시 새로운 1년의 시작. 너는 이제 12살이 되었고, 더 사랑스러워. 나이 듦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내 마음을 안심시켜준다는 걸 너는 모를 거야 하지만 왜일까. 겉모습은 그대로인데 천방지축 말괄량이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조용하고 차분해진 널 보는 마음 한구석이 아릿한 건. 어느 날부턴가 매일 밤 나를 찾아와 머리맡에 눕기 시작한 너. 설핏 잠이 들기 전 내 숨을 확인하는 너의 촉촉한 코를 느끼고 있노라면, '아.. 너도 내가 걱정이 되는구나..'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쳐간다. 내가 너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처럼. 너도 나의 안위를 걱정할 거라는 것. 어쩌면 그런 생각에 잠 못 이룬 날이 너에게도 있었을 까봐. 왠지 뭉클한 마음에 내 손을 파.. 2023. 1. 4. 나의 고양이에게 #19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아홉 번째 침대에 앉아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니 가만히 바라보다 훌쩍 뛰어올라 내 곁에 눕는다. 웃으며 가벼운 손길로 어루만지다 묻는다. "내 노래 들어볼래?" 잠시 후 내 노래에 맞춰 흐르는 기분 좋은 골골거리는 소리가 화음처럼 섞여 든다. 박자를 맞추듯 깜박이는 눈동자와 점점 길게 늘어지는 너의 몸 노래는 클라이맥스를 향해가고 어느새 편하게 눈을 감고 잠들어 있는 널 보니 어설픈 내 노래가 너에게 자장가가 된다는 사실에 새삼 행복을 느끼게 된다. 노래는 끝났지만 널 쓰다듬는 내 손길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 2022. 12. 15. 나의 고양이에게 #14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네 번째 나의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들 1 바삭하지만 입에서 살살 녹는 치킨 트릿 얌체같이 콩과 당근을 골라내는 치킨 수프 아침에 일어나 처음 하는 굿모닝 고양이 키스 바각바각 절도 있는 리듬으로 춤추며 하는 스크래치 긁기 말랑한 배를 정성껏 조물거려주는 내 손 시원하고 깨끗한 갓 떠온 정수기 물 신중을 가하며 농부처럼 감자를 캐고 난 후의 청결한 화장실 약간은 까슬까슬한 발매트 '저길 들어가긴 하네..'라고 생각되는 작은 택배박스 침대와 이불 사이의 자그마한 틈 속 여행 '까까주까?' 하고 간드러진 집사의 목소리 현란한 손놀림으로 기어이 연 서랍 속 파헤치기 놀이 구석에 몰래 숨어있다가 방에서 나오는 집사 놀라게 하고 도망가기 파릇하고 싱싱하고 아삭한 캣 글.. 2022. 10. 5. 나의 고양이에게 #12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두 번째 고양이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다. 왜 잘 자고 있는 집사 명치 위를 굳이 밟고 지나가는지 (가끔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 한 번 씩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그게 은근 사람 표정하고 닮아 보이는 것 (혹시 안에 다른 존재가 들어있는 건가..) 열심히 그루밍하다 갑자기 멈춰서 혀를 내민 채로 멍 때리고 있다던지 얌전히 식빵 굽다가 '오로롱!' 하면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고 싫어하는 걸 하려고 하면 깊은 체념의 한숨을 쉬고 (고양이가 진짜 한숨을 쉬다니..) 점점 사람처럼 잠을 잔다. (이제는 대자로 자는 게 더 편할 걸까..?) 아무래도 고양이들보다 사람과 오래 살다 보니 점점 사람화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저런 엉뚱한 모습들을 보고.. 2022. 9. 26. 나의 고양이에게 #11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한 번째 나는 너의 작은 배려가 사랑스럽다. 과자를 입에 넣어줄 때 이빨에 힘을 빼고 살짝 깨물어 먹을 때 자기 전 살며시 옆에 앉아 내가 잘 준비를 다 마치길 기다릴 때 내 손이 너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면 쓰다듬기 좋게 고개를 기울여줄 때 쭈욱 들어 올려 내 어깨에 착 얹으면 얌전히 등 뒤로 앞발을 늘어뜨려 편안히 기댈 때 아주 작은 소리로 날 부르길래 '그랬어?'하고 대답해주면 만족스럽게 누워 다시 잠을 청할 때 이런 모든 때가 너를 더 애틋하게 만든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 2022. 9. 23. 나의 고양이에게 #7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일곱 번째 너와의 첫 만남이 기억난다. 강아지들만 모여있는 샵에서 유일한 고양이었던 너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무시하고 갈 수 없을 정도의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바라보고만 있는데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받았다.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았던 몸으로 도대체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오는 거였을까 나도 모르게 홀린 듯 가까이 다가가 보니 케이지 창살에 한껏 매달려 입을 크게 벌리고 나를 보며 울고 있었다. 강아지들 사이에 왜 이 아이만 고양이냐고 물어보니 그 작은 크기에 벌써 파양만 두 번째라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발길이 떨어지지가 않아 결국 널 케이지 밖으로 꺼내고 만 것이다. 인연은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생긴다고 하.. 2022. 9. 4. [책 리뷰] 홍조는 묘르신 - 민정원 / 고양이 일기 / 고양이만화 열여섯 살 묘르신 홍조와 함께 살아가는 집사작가의 고양이와 사는 삶의 행복과 슬픔, 감동, 애틋함을 담은 따뜻하고 유머넘치는 그림일기 * 제목 : 홍조는 모르신 * 지은이 : 민정원 / *출판사 : 야옹서가 * 키워드 : 홍조, 고양이, 집사, 노묘, 관찰, 반려동물 * 한줄평 : 반려묘의 나이 듦이 집사에게 끼치는 감동과 슬픔 * 만족도 : ★★★★★ [책 리뷰] 홍조는 묘르신 - 민정원 / 고양이 일기 / 고양이만화 □ 홍조는 묘르신을 읽기 전 원래는 구매 목록에 없던 책이었다. 만화 장르는 잘 소장하거나 잃지 않는 편이라 관심을 잘 안 가졌는데 우연히 읽을 책들을 검색하던 중 발견했다. 나도 반려묘를 11년째 키우고 있는 집사다. 과연 16세의 노묘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졌고 작가만이 친.. 2022. 8. 27. 나의 고양이에게 #6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여섯 번째 쫀득쫀득 말랑말랑 보들보들 잠깐 나왔다 쏙 들어가는 하얀 발톱 나른하게 누운 몸 앞으로 비죽 나와있는 작은 발과 초코색 젤리는 아무리 만져도 질리지 않는다. 피곤함도 스트레스도 우울함도 모두 날려버리는 나만의 특효약 자주 보여주지 않아 아쉽지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본 좋아지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나의 고양이는 오늘도 내 곁에 누워 잠든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2022. 8. 24. 나의 고양이에게 #5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다섯 번째 내 고양이는 눈치 백 단 좋은 것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간식이 들어있는 서랍 근처만 가도 눈이 초롱초롱해진다던지 약통에 손만 가져가도 소파 밑으로 숨는다던지 내가 하려는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아내는 눈치 백 단 고양이 간식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긴 꼬리가 위로 쭈욱 올라오는 게 귀엽고 약 먹기 싫어 머리만 숨겼다가 잡혀올 때 포기한 듯 온몸이 축 늘어지는 모습도 그저 귀엽다. 기분 좋은 것만 해줄 수 없는 능력 없는 집사지만 이런 날 늘 똑같이 좋아해 주고 따라다녀주는 나의 고양이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 2022. 8. 23. 나의 고양이에게 #4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편지 네 번째 고양이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날쌘 몸놀림, 뛰어난 청력, 어둠 속 빛나는 두 눈 이런 능력들 말고도 고양이만이 가진 듯한 이 능력은 바로 온 지 탐지 기능이다. 보일러가 돌아가는 따끈따끈한 방바닥의 어디쯤. 고양이가 앉아있는 곳이라면 고 곳이 바로 따뜻함의 명당자리다. 나도 알지 못한 우리 집의 따뜻한 자리를 귀신보다 더 잘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방금 막 일을 끝낸 전기레인지 위 한창 게임이 돌아가고 있는 컴퓨터 본체 옆 통통한 몸을 일자로 구겨 넣은 햇살 비치는 창문 사이까지. 고양이가 있는 곳은 그런 곳이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2022. 8. 22. 나의 고양이에게 #3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편지 세 번째 창밖을 바라보는 너의 눈을 본다. 동그란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엔 작은 우주가 있다. 가만의 너의 옆모습을 보다 같이 창밖을 내다본다. 너의 눈이 향하는 곳을 보면 그곳엔 날아가는 작은 새들과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지나가는 차들이 있다. 차례차례 이어가다 돌아오는 마지막엔 나의 얼굴이 보인다. 널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나의 얼굴이. 맑고 투명한 우주 같은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떻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난 늘 궁금해. 너와 함께 밖을 바라보면 느낄 수 있는 작은 평화와 같은 시간이 좋다. 그래도 언제나 너의 눈동자의 마지막 도착지는 나이기를 바라. 잊지 말고 날 바라봐줘 언제까지나.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2022. 8. 21. 나의 고양이에게 #2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두 번째 TV를 볼떄, 책을 볼 때, 무엇을 할 때, 어디선가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이 있다. 시선의 방향을 바라보면 기다렸다는 듯 마주쳐오는 너의 두 눈동자. 누가 이기나 빤히 바라보다 슬쩍 먼저 깜박거리면 바로 돌아오는 사랑스러운 눈인사. '아구 그랬어?' 하고 맞장구치면 더 깊은 눈인사로 답해준다. 언제든 나의 시선의 끝에 있길 바라는 욕심쟁이는 오늘도 자신의 귀여움을 바라보라며 눈빛을 보낸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2022. 8. 21. 이전 1 다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