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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네 번째
나의 고양이 '하나'로 인해 내가 특별해지는 순간들
내 손이 작은 머리에 닿기 전부터 귀를 뒤로 접은 채
가만히 날 기다리는 모습을 볼 때.
손가락 하나를 쭉 뻗어 가져가면
천천히 다가와 맞부딪히는 촉촉한 코와의 만남.
쭈욱 들어 올려 어깨 위로 착 얹으면
자동으로 편안한 자세를 잡으며 안기는 따끈한 몸의 무게.
화장실에 다녀올 때마다 위아래로 나를 살피는
심각하고 걱정스럽지만 그래서 더 웃긴 표정.
하기 싫은 일에 도망가고 싶어도
끝날 때까지 꾹 참아주는 대견하고 뿔통난 뒤통수를 바라볼 때.
짜증이 나서 날 할퀴고 물고 싶을 텐데도
내가 상처 날까 봐 결국 발톱을 숨겨주는 배려의 모습.
그래서 깨끗한 내 손을 볼 때면 늘 고마워.
찰나의 순간순간 내가 아주 특별하고 유일한 존재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너 때문에
나는 나를 더 사랑할 수 있는지도 몰라.
널 만나지 못했다면 아마 알지 못했을 일이었겠지.
너의 눈과 몸으로 만나는 나는.
언제나 특별하고 유일해.
그래서 행복해.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2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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