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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기록/나의 고양이에게

나의 고양이에게 #26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by 나비서재 2023.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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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여섯 번째

 

나의 고양이에게 스물여섯 번째
요 작고 오동통한 발은 만지지 않을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지

 

나에게 손이란, 
그저 매일 사용하고, 자주 다치는 정도의 
단순한 신체부위일 뿐이다.
그런 내 손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종종 있다.

바로 하나가 내 손을 대하는
행동들을 보고 있을 때다.
별로 이쁘게 생기지도 않았고,
그럴싸한 큰 재능도 없는 내 손은
하나와 만나는 순간 그 이상의 것이 된다.

무한한 애정과 순종이 담긴 눈을 하고 다가와
내 손에 얼굴을 비비고, 내 체취를 음미하며
만족스러워하는 하나의 몸짓을 마주할 때.
내 손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된다.

특히 잠들기 전 내 손바닥을 힘껏 누르는
하나의 발바닥과 만나는 순간은
가히 황홀할 정도라 말할 수 있다.

연한 내 손바닥 위에서 이뤄지는 꾹꾹이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인한 통증이 동반되는 
하나가 보내오는 사랑의 신호가 아닐까.

마주 닿아있는 손과 발을 통해
서로의 마음이 천천히 오가며 간질거린다.
손을 오므리니 하나의 발이 한가득 담긴다.
나에게 온전히 모든 것은 내맡긴 너의 무방비함이
이렇게나 사랑스럽다.

나는 네가 보내는 아픈 사람도 감수할 거야.
그러니 너는 언제든 다가와 내 손을 잡아줘.
그럼 비로소 나는 완전한 모습을 되찾아
나를 새롭게 바라보게 될 거야.

 

 

귀여운 하나의 발을 조말락 조물락~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2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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