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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기록/나의 고양이에게

나의 고양이에게 #27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by 나비서재 2023.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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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일곱 번째

 

나의 고양이에게27 - 집사가 보내는 편지
강아지풀을 향한 열정적인 관심이 나를 뿌듯하게 하는군....풀이 오들오들 떨고있는 것 처럼 보이는 건  내 기분탓이겠지?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던 어느 날의 오후
작은 바퀴가 달달거리는 장바구니를 끌고
한가득 장을 봐오던 길가의 어디쯤.
평소 눈에 띄지 않던 낯익은 얼굴이 쏙 하고
튀어나와 나를 부르듯 흔들리고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들여다본 곳엔
거친 잡초들 사이 혼자 덩그러니 솟아있는
강아지풀 하나.

친구들은 다 어디 가고 혼자 여기 있니?
가시처럼 비 죽선 몸을 콕콕 누르며 물어봐도
강아지풀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기만 할 뿐
왠지 모르게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그냥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너의 의사는 묻지 못한 채 내 손안에 담아버렸다.
내가 친구 소개해 줄게.
아마 분명히 널 좋아할 거야.

한 손에 달달거리를 장 바구니,
다른 한 손엔 강아지풀을 꼭 쥐고 돌아온 집.
어김없이 날 반기는 고양이 '하나'에게
불쑥 강아지풀을 내밀어 보이자
안 그래도 큰 눈이 더 동그래진다.

이 녀석은 어디서 나타난거냥?
응, 요 앞에 혼자 서 있길래 데려왔어.
코를 킁킁거리며 건네는 인사에
강아지풀을 살랑살랑 흔들며 답해준다.

얍, 얍, 이얍!
요상한 소리를 입으로 내며
강아지풀을 요술봉처럼 흔드는 나와
리듬에 맞춰 신나게 몸을 흔드는 귀여운 하나.

완전히 몰입해 튀어나온 주둥이
강아지풀을 향해 전부 뻗어진 수염들
한껏 벌어진 입 속에서 보이는 귀여운 송곳니
신이 난 듯 붕붕거리며 돌아가는 꼬리와
평소라면 보기 힘들었을 날카로운 발톱까지.

내가 소개해준 강아지풀을 향한 열정이
너무 역동적이라 내가 더 감동이야.
이런 순간을 우리에게 선물해 주느라
한 몸 희생해 준 강아지풀에 감사를 전한다.

고마워, 모두 네 덕분이야.
네가 이곳에 있었음을 우리가 기억할게.
다음번엔 시원한 바람이 부는 넓은 들판에서
많은 친구들과 꼭 함께하길 바라. 

 

추가 보너스 사진!

나의 고양이에게 27 고앙이 하나 얼굴
강아지풀을 향해 엄청난 집중력을 보여주는 하나, (주둥이가 한껏 튀어나와있는게 너무 귀여워!! )   자~ 강아지풀에 조준하시고~!!!
나의 고양이에게 27 고양이 하나 얼굴2
크와아앙!!! 달려들어!!     (끄아아아아 - 강아지풀 속마음...)  강아지풀 잘 목욕시킨 후 놀아줬으니 걱정을 하진 말아주시길.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2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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