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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기록/나의 고양이에게

나의 고양이에게 #28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by 나비서재 2023.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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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스물여덟 번째

 

 

동그란 스크레쳐 속 동그란 하나
스크레쳐에 종이를 잘게 잘라 넣어주면 상당히 만족해하시는 냥손님.  저런 모습이 되기전까지 한참을 바스락거리는게 너무 귀엽다.

 

바스락 부스럭 사각사각 달그락
조용하고 평온하던 집에서 
이런 불길한 소리가 들려온다면
이건 필시 '하나'가

무슨 일을 이미 저질렀거나
무슨 일을 저지르는 중이거나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라는 걸
나한테 친절히 알려주는 신호라 할 수 있다.

하던 일을 멈추고 부랴부랴 나가본 곳엔
서랍이 한껏 입을 벌려 속을 장렬히 다 비워낸 후거나
열심히 발을 놀려 속을 비워내고 있는 중이거나
이제 막 비워낼 작업에 들어가기 직전의 
뜨악한 상황을 만날 수 있다.

아주 꼭꼭 닫아둔 서랍을 도대체 어떻게 여는 거니?
내 손으로도 쉽게 안 열리는 걸 요 작은 발이
무슨 힘으로 열 수 있는 건지 정말 미스터리하다.

요 녀석! 하고 서랍을 닫으며 혼낼 준비를 하면
눈치 백 단 아니 천단, 만단인 '하나'는
우에엥~거리는 반항 어린 울음과 함께 
실시간으로 닫히는 서랍을 아쉽게 바라만 본다.

또 열면 혼날 줄 알아!
너 이제 다 커서 서랍에 못 들어간다고!
들어갔다가 못 나오면 어떡할 거야!
조잘조잘 잔소리를 내뱉는 나를 
힐끔 쳐다보는 눈엔 정말 반성의 기미가 1도 없어서 더 화나.

한차례 서로 지지 않으려는 눈싸움을 뒤로하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는 척! 하면서!
뒤를 휙! 돌아보면! 내 이럴 줄 알았지
어이, 거기 고양이, 동작 그만! 그 손 안 내려? 쓰으으읍!!!
하고 으름장을 놓으니
그제야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는 이런 얌체 녀석.

애꿎은 스크레치만 벅벅 긁으며 화풀이를 하는 걸 보니
오늘은 간식을 몇 개 더 줘야 기분이 풀리시겠네.
잠깐 한눈팔면 진심을 다해 온갖 말썽을 만들어주는
'하나' 덕분에 심심할 겨를이 없구나. 허허.
아, 인생은 아름다워라.

 

보너스 사진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숙면중인 하나
따스한 햇살과 보드라운 이불, 편안한 낮잠을 자는 고양이가 만드는 장면은 정말 완벽함 그 자체여서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2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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