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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서른 번째
날이 덥다가 춥다가
옷을 얇게 입었다가 두껍게 입었다가 하는
나를 따라 하기라도 하듯
'하나'도 자꾸 옷을 갈아입는다.
슝~ 하고 달려 나가면
허공에 날리는 무수한 털들.
이야... 볼 때마다 너무 신기하고 궁금하단 말이지..
대체 어디서 이만큼 뿜어져 나오는 거냐고...
골골송을 부르는 하나를
살살 몇 번 쓰다듬었을 뿐인데
어마어마한 털들이 한 움큼 밀려 나와
내 손은 털장갑으로 변신한다. 와우...
12년을 같이 살다 보니
이제 '하나' 털은 내 삶의 일부인 양
붙어있지 않은 곳이 없구나.
날 얼마나 좋아하길래
온갖 곳에 자기 거라고 표시를 해놓는 걸까?
밥 위에 올라간 털 한가닥을
자연스레 떼어내 먹는 내 모습에서
'하나'와의 끈끈한 유대감을 느낀다.
그래, 나 밥 맛있게 먹으라는 거지? 고마워라...
공중을 날아다니는 무수한 털들이
아무리 나를 힘들게 해도 끄떡없는 건
그것마저도 사랑스러운 모습이니까
참 어쩔 수 없단 말이지.
온 집안을 털로 가득 채운대도 나는 괜찮아.
대신 나랑 딱 십 년만 더 같이 사는 거다?
발바닥 도장 콩 찍으면서 약속!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2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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