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서른두 번째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이제 난 걱정해야 한다.
내 손은 하나 눈보다 느리니까.
다른 곳을 보면서 한 발짝.
다시 또 한 발짝.
이번엔 하나를 바라보며 한 발.. 앗!
이런 나의 패가 들켜버렸다.
민첩하게 양치 도구를 숨기고 움직였건만
하나의 번뜩이는 눈빛은
기어이 그걸 눈치채고야 말았다.
이젠 시간과의 싸움이다.
도도도거리며 숨을 곳을 찾는
하나의 엉덩이를 덥석 낚아채며
얄밉게 한 방을 날린다.
"이힛! 잡았지롱~!"
버둥거리는 몸을 홀랑 뒤집어
무릎 위에 눕히곤
의기양양한 미소와 함께
주머니에 숨겨둔 칫솔을 꺼내는 순간!
사정없이 흔들리는 하나의 동공. 이건 꿈이다냥..
하나의 참을성은 약 30초.
그 안에 양치를 완료해야 하는 것이 나의 임무.
숙련된 전문가의 손길로 와라락 끝내고 난 후
꽁무니가 보일 세라 도망가는 뒷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이제 너도 좀 알아줄래?
수고했다고 과자통을 리듬감 넘치게 흔들면
언제 양치했냐는 듯 꼬리를 흔들며
신나서 달려오는 건 더 귀여워.
왠지 이젠 알고 그러는 거 같기도 하고 말이지.
(털로 엉망이 된 옷을 돌돌이로 열심히 문지르며)
하나를 아냐고요?
내가 본 고양이 중에 최고예요. 훗.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2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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