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서른네 번째
하나의 귀여운 버릇들
바닥에 엎드리면 앞발 하나 빼놓기
내 발 뒤꿈치를 졸졸 따라다니기
내가 먹는 모습 빤히 바라보기
코 앞에 가져다주면 열심히 콧구멍 움직이기
모래 화장실을 산처럼 쌓아두기
쾌변 후엔 방방 뛰어다니기
내가 청소를 잘하는지 꼼꼼히 감시하기
깨끗한 곳엔 제일 먼저 드러눕기
내가 애용하는 고무줄을 은신처에 숨기기
새벽에 몰래 꺼내와 내 머리맡에 놓아두기
고무줄을 피융~하고 날리면
슈웅~하고 튀어나가 물고 돌아오기
아침마다 나를 깨우는 촉촉한 코 무한 박치기
말랑한 뱃살을 만지면 철퍼덕하고 드러눕기
초코 젤리를 간질이면 쫘악하고 발가락 펴기
발 위에 손을 얹으면 슬그머니 발 빼기
내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이기
들릴 듯 말듯한 소리로 기분 좋음을 표현하기
내 깜박거림에 꼬박꼬박 눈인사해 주기
하나야 기분 좋아?라고 물으면
아기고양이처럼 먀~ 하고 답하기
12살에도 여전히 아기 고양이 시절 버릇을 가진 하나를 보면
시간이 멈춰있는 것 같다가도
새삼 지나온 시간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몇 년이 더 흐른대도 지금처럼만 있어줘
더 어려지지 않아도 되고
더 착해지지 않아도 되니까
시간이 멈춰있는 듯 내 곁에 머물러줘
더 귀찮게 하고 괴롭혀도 좋으니
늘 나를 바라보고 말을 걸어줘
그럼 나는 너무도 행복한 나머지
너를 얼싸안고 둥가둥가 춤을 출거야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2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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