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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서른한 번째
무기력한 어느 날의 늦은 밤
나의 플레이 리스트는 슬픔 덩어리다.
침대 한편에 구겨지듯 가만히 누워
온몸에 힘을 빼고 허공을 바라본다.
이따금 찾아오는 우울감은 반갑지 않다.
하지만 벗어나는 방법을 나는 안다.
그저 잠시 그대로 기다리면 된다.
그럼 세상에 둘도 없는 하나뿐인 존재가
살며시 나에게 다가와 묻는다.
"언니, 어디 아파?
"응, 마음이 아파"
소리 없이 이어지는 대화엔
서로에게 숨길 수 없는 사랑이 그득하다.
"내가 위로해 줄까?
"그럼 언니는 너무 좋지"
축 늘어진 내 손과 몸통 사이로
따끈한 생명체가 한가득 담긴다.
이 무거움이 이렇게나 감사할 일이라니.
내 온몸을 짓누른대도 행복할 거야.
지그시 -
내가 눈을 마주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너의 눈동자는 그저 순수함 뿐이다.
그래서 눈물이 나나 봐.
너 만이 나를 진짜 울게 해.
손에 가득 담긴 애정을 어루만지며
하나.. 둘.. 셋.. 넷..
다시 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거기엔 아직 나를 보는 네가 있으니까.
그게 모든 걸 제자리로 돌려놓는
너의 신비한 능력이라는 걸
아마 나 밖에 모를 거야.
그러니 이건 우리만의 비밀로 하는 거야. 알겠지?
우스운 내 질문에 깜박깜박
눈키스로 답하는 너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또
살아갈 힘을 얻는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2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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