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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기록/나의 고양이에게

나의 고양이에게 #16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by 나비서재 2022.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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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여섯 번째

누워있는 하나

어느덧 함께 산지 11년
이제는 자연스럽게 맞춰진 서로의 생활 리듬에 
같이 눈 뜨고, 밥 먹고, 잠들다 보니 잠시만 떨어져도 허전함이 느껴진다.
내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고 나의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을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로 자리매김한 나의 고양이 하나.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시간과 공간을 나누며 
그렇게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이
이렇게도 마음 충만한 일이라는 걸 예전엔 알지 못했었는데
이 작은 존재로 인해 정말 다채로운 감정들을 느껴볼 수 있었다.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흐르는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물끄러미 오르락내리락하는 몸을 하염없이 바라볼 때가 많아졌다.
난 이게 두려움이라는 걸 알게 됐다.
알 수 없는 미래의 어느 날을 생각하면  지금의 내가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질 않는다.

그저 매일의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그게 내가 바라는 미래가 될 거라는 확신을 주진 않는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을 함께 시작하는 
하나의 기지개를 바라보며
애정을 듬뿍 담아 내 고양이의 이름을 불러본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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