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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기록/나의 고양이에게

나의 고양이에게 #18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by 나비서재 2022.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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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여덟 번째

창밖을 바라보는 하나

나의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들 2

환기시키느라 열어놓은 창틀을 딛고 일어나 바깥 구경하기
햇빛 드는 이불 위에 편하게 누워 일광욕하기
깨끗하게 청소해 놓은 화장실 탐방하기
자기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 틈새 공간을 바라보며 연구하기

막 건조기에서 들리고 나은 따끈따끈한 새 이불
보일러 돌아가는 바닥에서 찜질하다 일어나 마시는 시원한 물 한잔
가끔씩 내가 불러주는 아무 노랫소리

이유는 모르지만 양치하고 나온 내 입 속 냄새 맡기
속이 비치고 바스락거리는 재활용 큰 봉투
장 봐오다 길가 화단에서 발견해 가져온 강아지품
숙련된 집사의 엉덩이 받침이 훌륭한 어깨 어부바

영화의 중요한 순간 기다린 듯 나타나 절묘하게 TV 화면 가리기
뚜껑이 열러 있는 건조기 안에 앉아있기
여행 가방에 가장 먼저 들어가 짐 싸기 방해공작
갹갹 거리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강렬한 빨간색 레이저 포인트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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