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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기록/나의 고양이에게

나의 고양이에게 #15 - 집사가 보내는 편지 / 고양이 일기

by 나비서재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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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열다섯 번째

하나와 맞잡은 손

출근할 때 닫는 방묘문 너머의 너를 문이 닫히기 직전까지 바라본다.
어딜 가나며 종종걸음으로 내 발꿈치를 따라오던 어릴 적 너는 이제 없고
이젠 내가 어디를 가는지 다 아는 눈빛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내가 없는 너의 하루는 어떻까
너를 위해 준비해 둔 것들을 잘 사용하고 있는지
잘 놀라는 네가 바깥 소음에 잠 못 들고 있는 건 아닌지
날 찾아 울고 있지는 않은지
불현듯 떠오르는 걱정들이 날 괴롭힌다.

늦은 귀가에 화가 난 너의 잔소리를 달갑게 들으며
그동안 참고 참았던 애정을 너에게 쏟아낸다.
마치 만날 수 없어 그리웠던 연인처럼 
여전히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날 보는 널 보며 
나도 내 불안함을 다독여본다.

매일 아침 너와 날 가로막는 문을 바라보며
넌 무슨 생각을 할까
오늘 밤 꿈에라도 찾아와 푸념이라도 좋으니 이야기해줬으면
자신을 혼자 두는 나에 대한 원망이 많이 크진 않았으면 하는
나의 이기심이 널 상처 주지 않고 있기를...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남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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