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조차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만의 하늘이 있다.
나를 흔들어 깨우고 일으켜 세워줄 별빛 같은 301편의 시
* 제목 : 너의 하늘을 보아
* 지은이 : 박노해 / *출판사 : 느린 걸음
* 키워드 : 열정의 불꽃, 잠재력과 가능성, 굳은 의지, 희망과 위로, 삶의 자세
* 장르 : 한국 시
* 만족도 : ★★★★★
* 한줄평 : 이제 막 피어나는 푸른 불꽃을 위한 따스한 숨결 같은 위로
[책 리뷰] 너의 하늘을 보아 - 박노해 / 선물하기 좋은 시집 / 한국 시 추천
작가 소개 : 박노해
시인, 사진작가, 혁명가. 1984년 27살에 쓴 첫 시집 [노동의 새벽]은 금서였음에도 100만 부가 발간되어 '얼굴 없는 시인'으로 불림. 1991년 군부독재 정권에 사형을 받고 무기수로 독방에 갇혀있으면서도 독서와 집필을 멈추지 않음. 7년 6개월 후 석방된 후 20여 년간 국경을 넘어 평화활동을 펼치며 현장의 진실을 기록함.
약 5개월 전, 박노해 시인의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를 인상 깊게 읽은 후 그의 다른 시집이 궁금해졌다. 그렇게 미리 찾아놓은 '너의 하늘을 보아'를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에서야 읽게 되었다. 강렬했던 붉은 표지는 선명한 푸른빛으로 바뀌었고, 촘촘히 새겨진 작은 별빛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혁명과 투쟁을 이야기하던 이전 시집과는 어떻게 다를지 기대하며 첫 장을 넘겨본다.
[너의 하늘을 보아]
평생의 혁명가이자 투쟁가인 시인 박노해는 세월의 야속함에 아쉬워하지 않고, 남은 자신의 생을 겸허히 받아들여 먼저 떠난 동지들을 그리워하며 남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아쉽고 통탄함을 숨기지 않는 한 가지가 있는데, 바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청년들의 현실이다.
희망이 없는 미래와 어두웠던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 삶의 의욕과 열정을 잃어가는 모습, 인생의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그래도 그대들은 잘 살고 있노라 응원과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삶의 만족도가 낮고, 사랑의 아픔에 후회하며, 소외되어 외로움과 싸우는 이들에게 인생의 굴레 속에서 부디 희망을 찾아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도 있다.
그리하여 비우고, 감사하고, 만족하는 삶을 중요시하여 자신만의 색을 찾고, 가진 것을 제대로 바라보는 삶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저 남을 따라 하는 삶이 아니라 비록 고통스럽더라도 주제적인 삶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사는 것이 힘들어도 권력과 탐욕에 지지 않는 곧은 마음과 가난, 외로움, 어려움, 억울함을 가지고도 다시 일어나 걸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도.
더불어 작가 스스로도 청년들을 위한 나라를 끝내 만들어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스러움을 고백하며, 함께한 투쟁 속에서 먼저 사라져 간 이들에 대한 그리움과 고마움을 토로한다.
앞으로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고통받거나 소외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어린아이와 청년들을 괴롭히는 권력자와 위선자들을 혐오하고, 자신의 마음껏 세상에 부딪히며 답을 찾아내기를 바라는 마음. 어쩔 수 없는 부당함과 억울함에 사무쳐도 곧고 선한 마음을 잃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들로 가득 채운 시를 통해 그가 얼마나 아이들의 미래에 대해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지 절실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에게 인생에 필요한 조언을 남긴다.
자만심과 과시욕으로 인생을 그르치지 말고, 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것. 무한한 가능성을 일깨워 꽃을 피울 때를 기다리는 마음을 가질 것.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가질 것을 당부한다.
때때로 지칠 때면 우리의 주변에는 바라보지 못할 뿐 늘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기댈 수 있음을. 인생을 살아가다 힘이 들 때면 무한대의 애정을 보내주는 하늘처럼,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사람은 없으니 희망을 절대 벌리지 말라고 부탁한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변하지 않고 머물러주는 푸른 하늘과 타오르는 푸른 불꽃을 보며 다시 앞으로 걸어 나가라고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이제는 떠나갈 준비를 하며 시를 쓰는 시인 박노해는, 자신이 겪었던 고통스러운 과거들이 대물림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여전히 변하지 않는 제도와 노동문제에 가슴 아파하고, 혼란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가기를.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기만을 또 기도한다. 그리하여,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또 시를 쓰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가 힘을 다해 꺼져가는 불씨에 나무를 덧대어 주는 느낌이라면, '너의 하늘을 보아'는 막 타오르기 시작한 불꽃이 더 활활 타오르고 솟아오를 수 있도록 불어주는 바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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