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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아무튼 필사

[아무튼 필사 #351] 진실과 웃음 (카를 라이너 명언) -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by 나비서재 2023.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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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양장본 Hardcover)
출간하자마자 신드롬을 일으키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온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이 다시 출간되었다. 새로운 편집과 디자인으로 독자들을 만나는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은 하루 한 편 명언 읽기로 삶의 가치와 긍정의 힘을 되새기게 한다. 가슴을 울리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명사들의 한 줄 조언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영어로 옮긴 키와 블란츠의 번역으로 변치 않는 명언의 깊이를 느껴 볼 수 있다.

 

저자
린다 피콘
출판
책이있는풍경
출판일
2018.12.19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인생이 결정된다고 이야기한 애니 딜러드의 말처럼 
365 매일 읽는 긍정이 한 줄이라는 책을 통해 필사를 하고 위대한 사상가들이 남긴 명언들을 통해 
삶의 해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 카를 라이너 / 만년필 필사

 

[ 2023. 10. 14 ] - 진실과 웃음

긍정의-한-줄-진실과-웃음-카를-라이너-명언
365 매일 읽는 긍정의 한 줄 - 진실과 웃음

The absolute truth is the thing that makes people laugh.

꾸밈없는 진실은 사람들을 웃게 만든다.
- 카를 라이너 -
나의 생각

흑역사가 만들어지는 순간은 이상하리 만치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아니 어쩌면 평생 기억되는 순간일지도 모른다. 우스꽝스럽게 망가지거나 엉뚱한 잘못을 할 때면 마치 세상이 잠시 멈춰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나에게 꽂히는 기분이 든다.

흑역사는 누구도 비껴갈 수 없이 막강한 존재라서 누구에게나 기억 저편으로 날려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선 두고두고 곱씹으며 웃음꽃을 피워낼 독보적인 이야기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이제 나의 흑역사 보따리를 풀어볼 차례다. 때는 바야흐로 대학 동기 언니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다들 평소와는 다르게 한껏 꾸민 모습으로 서로에게 안부를 묻는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물론 나 역시 절대 입지 않을 치마를 입고 등장해 친구들을 놀라게 했다.

화기애애한 결혼식 피로연을 끝마치고 아쉬운 마음이 남은 사람들끼리 모여 근처 볼링장을 가게 된 것이 화근이었다. 몸치에 박치를 두루 겸비한 나에게 맨 몸도 아닌 무거운 공을 들어 던져야 하는 볼링이라니. 살짝 도망가려다가 금세 들켜 연행하듯 끌려갔다.

편을 지어 볼링이 시작되고 마침내 내 차례가 다가왔다. 어색한 몸짓으로 공을 감싸 안고 라인위로 올라서서 잠시 고민했다. 그러다 '에라, 모르겠다!'하고 몸을 던지는 순간! 나는 바닥에 무릎을 쾅! 하고 찍으며 넘어지고 말았다. 잊지 말자. 나는 원피스를 입었다는 걸.

주말 오후, 이미 사람들도 가득한 볼링장 안에서 나는 그대로 잠시 굳어버렸다. 볼링공이 굴러간 자리로 내가 같이 들어가야 할 판이었다. 그때 내 귀로 들리는 소리에 나는 쥐구멍을 한 번 더 찾아야만 했다. 내 일행들이 웃다 못해 넘어가는 소리였다.

이런 괘씸한! 나와서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박장대소하는 모습이라니! 아픈 것도 잊고 벌떡 일어나 달려가서 한 명씩 때려주었다. 맞으면서도 눈물을 닦으며 웃는 모습에 나도 그만 웃어버렸다. 치마를 날리며 우당탕 넘어졌을 내 모습을 상상했더니 참을 수가 없어서다.

한바탕 웃음이 지나간 자리엔 좀 전과는 다른 즐거움이 생긴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록 내 한 몸 희생한 결과였지만 같이 웃을 수 있는 해프닝을 공유했다는 게 의외로 나쁘진 않았다. 하지만 아프고 부끄러운 건 내 몫인지라 나가기 전까지 고개를 잘 못 든 건 사실이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어쩌면 그 사건을 계기로 치마와 더 멀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이후로 볼링은 쳐다보지도 않았다는 걸 이제야 새삼 깨닫는다. 다음엔 꼭 바지를 입고 볼링을 하리라. 

흑역사는 잊고 싶은 기억이지만 나눌수록 더 큰 즐거움이 되기도 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웃게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가진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의 웃픈 기억 속엔 어떤 모습들이 있을지 궁금하다.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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