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짧은 여행을 가더라도 그지역에서만 갈 수 있는 카페를 찾는 습관이 있다.
지긋지긋한 불면증 때문에 '커피는 하루 한잔!'이라는 나만의 철칙과 함께 '그 한 잔이라도 제일 맛있는 걸로 먹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울주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목적지를 향해 가면서도 나는 연신 주변을 둘러보며 가보고 싶은 카페를 찾느라 바쁘게 눈을 움직였다. 그러다 발견하게 된 카페 '아델'
울주 카페 '아델'
주소 : 울산 울주군 상북면 등억알프스로 385
영업시간 : 오전 10시 ~ 오후 8시 (매주 화요일 정기휴무)
전화번호 : 010 - 8526 - 5064
도자기와 꽃이 어우러진 원두 볶는 힐링 카페
처음엔 그저 건물이 이뻐서 들어갔을 뿐인데 그곳엔 다른 세상이 숨겨져 있었다.
들어갈 땐 커피 생각에 앞만 보느라 몰랐는데 나중에 밖으로 나와 보니 너무 이쁜 꽃 정원이 만들어져 있던 것이었다.
사실 커피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홀 한편에 있던 정미꽃을 구경하고 있었다. 근데 사장님이 다가와 장미에 관현 이야기를 열성적으로 해 주셔서 그저 '꽃을 좋아하시는 분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정원을 만들어 놓으셨다니.. 엄청 대단하신 분이셨던 건가!
정원 곳곳에 도자기로 만들어진 소품들도 놓여 있었는데 알고 보니 도자기 공예도 같이 하시는 거였다. 카페 내부에 도자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걸 얼핏 봤는데 금방 나와버리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아쉽다.
그렇게 정원을 둘러보던 중 신기한 꽃들도 발견했다.
평소 길에서 자주 접하지 못할 꽃들과 생김새부터 범상치 않은 꽃도 더러 보였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어찌나 희한하게 생겼던지 한참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여기 보세요~'라고 말하는 듯한 삼색제비꽃(팬지)
왠지 날 보고 꺄르륵 웃고 있는 개구쟁이 같은 모습이다. 요 귀여운 녀석들!
언뜻 보면 수국은 닮을 듯한 오데마리(설구화)
뽕실뽕실한 솜뭉치 같은 꽃이 둥둥 떠다니는 듯해서 제일 처음 눈이 갔던 꽃이다.
꽃에 먹을 것도 많은지 작은 날벌레들이 마구 몰려있어 최대한 손만 뻗어 사진 찍은 건 비밀..
덩치 값을 좀 해야 할 텐데..
꽃과 나뭇잎들이 싱싱한 걸 보니 사랑을 듬뿍 받은 티가 난다.
그저 보고만 있어도 행복해지는 존재라니 꽃은 참 보면 볼수록 애정이 갈 수밖에 없는 존재인가 보다.
제일 신기했던 꽃은 바로 서양매발톱꽃
처음 보는 꽃이라서 더 그런지 모르지만 너무 신기하게 생겨서 '이렇게 생긴 꽃이 있다고?'라면서 다시 보고 또다시 봤다. 꽃만 떼어내면 휘리릭~ 뿅! 하고 날아갈 것만 같다.
노란색의 매발톱꽃.
이 정도면 어디로 날아가겠다는 거 아닌가..? 보면 볼수록 신기한 꽃일세..
혼자 도도하게 서서 자태를 뽐내고 있던 저먼 아이리스(독일 붓꽃)
외래종이라 그런지 크기가 남달라 꽤 멀리서 봤는데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었다.
왠지 풍성한 드레스로 자신을 한껏 치장한 귀족 아가씨를 보고 있는 듯하다.
꽃은 무난한데 잎사귀 모양이 특이한 애기쥐손이풀(풍로초)
이름을 찾고 나서 보니 잎 모양이 정말 아기 손가락 같다. 정말 식물의 세계는 신비롭다니까.
조그만 꽃송이가 한가득 모여있는 이베리스
꽃 모양이 마치 눈송이가 모여있는 것처럼 보여 '눈꽃'이라 불리기도 한다.
카페 '아델'의 입구에 피어있는 옥스아이 데이지
찾아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해 주겠다는 듯 꽃잎을 활짝 편 모습이다.
꽃잎이 크게 벌어져 있는 만큼 자기 마음도 다 열어 보여주려는 모양이다.
그래서 내 마음도 덩달아 열려버리고 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역시 꽃은 사람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키는 마력이 있는 게 분명하다.
여담이지만 한 손엔 커피, 다른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이상한 포즈로 사진을 찍는 날 계속 보고 계셨던 건지, 멀리서 정원에 물을 주시면 사장님이 말하셨다.
"혹시 블로그나 인스타 하세요?"
"어.. 그.. 어.." (누가 갑자기 말을 걸면 고장 나는 사람)
대답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당황하는 나에게 또다시 들려온 말.
"그럼 사진 이쁘게 찍어서 올려주세요~^^"
어정쩡하게 눈만 굴리다 살짝 고개를 꾸벅거렸다. (손이 모자라 마스크를 벗지 못했다)
사실 블로그를 하곤 있지만 취미이다 보니 확답을 드리기가 애매했다. 게다가 그냥 '꽃이 이쁘네. 사진 찍어야지'라는 생각뿐이었는데 잘 올려달라는 사장님의 한 마디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될 이유가 되어버린 셈이다. 역시 말엔 힘이 있는 거야..
이렇게 늦게나마 혼자만의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다행이다. 휴..
카페 아델엔 친절하신 사장님 두 분과 도자기 공예작품 그리고 사랑의 손길로 아름답게 피어난 꽃의 정원이 있다.
혹시나 울주에 방문할 일이 있으신 분은 한 번 가보시는 걸 추천한다.
맛있는 커피와 예쁜 꽃 정원을 구경하며 잠시 쉬어가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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