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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아무튼 필사

365일의 필사를 마치며 - 1년이란 시간이 나에게 준 변화 / 새로운 도전 시작

by 나비서재 2023.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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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필사 그 365일의 여정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365일의 필사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후련한 마음이 훨씬 더 큰 것 같다. 

사실 말이 매일 필사를 하고 글을 적는 일이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던 처음과 달리 시간이 갈수록 점점 마음이 무거웠다.

"과연 내가 무사히 1년을 버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매일 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갑자기 필사가 잘 안 될 때,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써야 할 글이 생각나지 않을 때면 '어떡하지..'라는 초조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하루'라는 한정된 시간이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는 부담감, 혹여나 반응이 좋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했던 걱정들이 나를 괴롭혀 스트레스도 꽤 많이 받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1년이라는 시간을 채울 수 있게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스스로에게 한 약속에 대한 믿음이다. 만년필을 손에 쥘 때마다 망설였던 자신을 야단치기보단 '그래도 너는 잘할 수 있어'라는 응원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그럼 신기하게도 자신 있게 펜을 쥘 수 있었다.

두 번째는 부족한 나를 있는 힘껏 응원해 주신 분들 덕분이다. 나의 필사를 멋지다 칭찬해 주고, 내가 쓴 글에 공감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주신 분들이 없었다면 반도 못 채우고 중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응원과 칭찬의 힘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나니, 자존감이 올라간 것은 물론 어둡고 우울했던 나의 일상에 환한 빛이 비치는 날들이 늘어갔다.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하단 말을 전하고 싶다. 

1년의 필사를 마치고 나에게 생긴 변화들도 있다. 물론 아주 좋은 변화다. 어떤 것들이 변했고, 또 어떤 것들을 느꼈는지를 정리해 적어보았다.


< 365일의 필사가 나에게 가져다준 변화들 >


1. 글씨체

가장 확연히 겉으로 드러난 변화는 단연 글씨체의 정돈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시작했던 1일의 글씨체와 마지막 365일째의 글씨체를 비교해 보면 단박에 그 변화를 알 수 있다.  

필사-1년의-기록필사-1년의-기록
만년필 필사 시작과 1년후의 글씨체 비교

초반 필사엔 힘이 잔뜩 실려있다. 아마 잘 쓰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보니 한 글자 한 글자에 너무 많은 정성을 쏟으려 했던 모양이다. 그렇다 보니 전체적으로 어색하고 뚝뚝 끊기는 모습이 꽤 보인다. 

반면 1년이 지난 후의 글은 굉장히 부드럽게 쓰여 있다. 만년필의 특성상 힘을 많이 줄수록 쓰기 어렵기 때문에 손에서 힘을 빼는데 집중하면서 필사를 했더니 훨씬 질서 정연하게 쓸 수 있었다.

정말 장족의 발전이다. 나도 내 글씨체가 이렇게나 많이 바뀔 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쓰다가 자꾸 실패해서 최대 5번까지 다시 쓰기를 반복했던 날이 스쳐 지나간다. 그때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힘을 내준 내가 참 대견스럽다.

글씨체가 악필이라 필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일단 시작하는 걸 적극 추천한다. 매일 쓰다 보면 글씨체는 반드시 변한다. 조금씩 예쁘게 변해가는 글씨체를 보는 것도 필사의 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2. 높은 성취감과 성실의 증거들

1년의 필사를 마치고 그동안 사용했던 만년필 잉크와 노트를 한 데 모아보니 그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만년필 잉크 카트리지 하나를 다 쓰고 다시 새 카트리지를 끼우는 순간이 왜 그리도 좋은지. 이상하게 매 번 웃음이 났다.

그렇게 사용한 잉크 카트리지는 다른 곳에 있는 것까지 포함해서 약 14개, 그리고 저렴하지만 만년필과 상성이 나쁘지 않았던 캠퍼스 노트는 총 6권을 사용했다. 

만년필-필사-잉크만년필-필사-노트
1년의 필사 동안 사용항 잉크와 노트들

이렇게 모아놓고 보니 새삼 '내가 참 멋진 일을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눈앞에 나란히 놓인 잉크 카트리지와 노트들이 내가 지난 1년을 정말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가 되어준다는 사실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을 느꼈다.

별로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매일 꾸준히 한 장을 채워가는 사이 나는 한층 더 성장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시 기록은 좋다. 나의 일상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주니까.

 

3. 성격과 태도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 무슨 일이든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초조해하던 내가 훨씬 차분해졌다. 게다가 매일 필사를 해야 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되다 보니 전체 하루일과를 짜임새 있게 나눌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차분해진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필사를 할 때 잠깐 딴생각을 하거나 집중이 흐트러지면 글씨로 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최대한 그 시간만큼은 나를 다스리려고 노력했던 효과를 톡톡히 봤다.

더불어 필사를 쓰는 도중 한 번씩 심호흡을 하면서 나만의 속도와 리듬을 찾으려고 했던 과정들이 모여 지금에 이르게 된 게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차분한 마음과 나의 리듬을 찾아내니 삶을 바라보는 태도 역시 바뀌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짜증 내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새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더 기분 좋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 1년 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해 냈을 때 그 이상의 성과와 변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이젠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경험이 나에겐 정말 소중한 것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며 >


365일의 필사가 끝났다고 해서 마냥 널브러져 있기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다. 아마 지난 시간 동안 매일 무언가를 한다는 게 습관처럼 몸에 베였기 때문일 거다.

그래서 잠시 재충전을 시간을 갖은 후 또 다른 영역의 필사로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 한다. 만년필 필사가 너무 속에 익어버려서 어떨지는 모르지만 언제나 미지의 영역을 탐험하는 건 짜릿한 일이니까.

'다시 처음부터'라는 마음으로 나를 다잡아 본다. 어설픈 모습을 보여야 할지 모르지만 많은 응원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1년의 필사를 해냈던 것처럼 또 다른 1년도 해낼 수 있을 거라 굳게 믿고 있다.

떨리는 마음으로 도전의 시작점에 서 계신 모든 분들. 중간 반환 지점에서 힘에 부처 잠시 쉬고 계신 분들, 막바지 스퍼트를 내기 위해 힘껏 발돋움을 내딛으려는 분들 모두에게 온 진심을 담아 응원을 보낸다. 

"할 수 있다! 그게 무엇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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