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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책 리뷰

[책 리뷰]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 2021 올해의 책

by 나비서재 2024.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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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가장 크고 따뜻한 이름, 박완서
그가 전하는 진실된 삶, 그 작은 조각 하나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표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yes24

* 제목 :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지은이 : 박완서 / *출판사 : 세계사
* 키워드 : 솔직함, 넉넉함, 문학과 삶, 진실
* 장르 : 한국 에세이
* 만족도 : ★★★★
* 한줄평 :내면의 감정들이 가진 진실된 모습 그리고 사랑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표지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작가 소개  박완서 

숙명여고를 거쳐 서울대 국문과에 입학했지만 6·25 전쟁으로 학업을 중단.
고등학교 교사였던 소설가 박노갑에게 영향을 받았으며 작가 한말숙과 동창.
한국문학작가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
작품으로는 <아주 오래된 농담>, <그 남자네 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친절한 복희 씨>,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 <한 길 사람 속>,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등이 있다.


차례

PART1 마음이 낸 길
PART2 꿈을 꿀 희망
PART3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
PART4 사랑의 행로
PART5 환하고도 슬픈 세상
PART6 이왕이면 해피엔드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들어가며 

지난번에 읽었던 '세상에 예쁜 것' 이후 두 번째로 읽게 된 책이다. 박완서 작가의 필력에 흠뻑 취한 뒤 그 기분을 잊지 못해 또 다른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2023.10.27 - [독서 기록/책 리뷰] - [책 리뷰] 세상에 예쁜 것 - 박완서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 휴면 에세이 / 마음 산책

 

[책 리뷰] 세상에 예쁜 것 - 박완서 / 그리운 작가의 마지막 산문집 / 휴면 에세이 / 마음 산책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 세월이 연마한 고통에는 광채가 따르는 법이다. * 제목 : 세상에 예쁜 것 * 지은이 : 박완서 / *출판사 : 마은 산책 * 키워드 : 인생이 녹아든, 내리

nabi-library.tistory.com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는 박완서 작가가 남긴 660여 편의 작품 중 가장 글맛 나는 대표작 3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에 걸맞게 눈과 입에 착 감기는 듯한 이야기의 흐름은 내가 왜 박완서 작가의 글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이렇게 솔직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적나라하고 거침없이 드러나는 작가의 감정들은 나 역시 그 상황의 한가운데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할 정도다. 

'세상에 예쁜 것'이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라면 이 책은 좀 더 자극적이고 칼칼한 맛이 난다. 글맛이 난다는 게 어떤 건지 확실히 알게 되는 부분이다. 

차갑고 마이너적인 감정들이 많이 나오지만 오히려 그런 이야기들 덕분에 더 몰입하게 된다. 작가가 느꼈던 한없이 깊고 어두운 기억들을 함께 공유하며 한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거짓 없이 드러나는 작가의 감정들을 통해 진실, 사랑 그리고 인생이라는 글레를 살아가는 것에 대한 희로애락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이다.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PART1 마음이 낸 길 

혼자만의 길이라고 생각했던 곳에서 다른 이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그 길은 온전한 것이 된다. 스스로 고독을 바라면서도 누군가가 내민 따스함에 녹아내리는 이 마음이란.

외형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이상한 물건을 든 사람이라는 이유로 비뚤어진 잣대를 대려는 마음은 스스로를 불쾌하게 만든다. 외형이 아니라 속내를,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보면 새롭고 즐거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세상은 남에게 속거나 피해 입은 일로 넘쳐난다. 삼삼오오 모여 누가 더 큰 피해를 입었나 경주라도 하듯 입을 때는 사람들. 누군가를 믿지 못하는 마음은 왜 그리도 끝이 없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한 선을 베푸는 사람이 곁에 있기에 추운 겨울도, 낯선 곳에서의 위험도 견뎌낼 수 있는 게 아닐까. 

40세의 비 오는 날은 별 거 없는 그런 날이지만 때론 마음을 툭 건드리다 못해 술렁이게 만든다. 그 축축함이 주는 불쾌함. 존재를 파괴하는 것들의 혐오스러움. 의미 있는 날이라는 이유로 안 하던 일을 하게 되는 것까지. 비 오는 날은 왠지 마음의 파장이 더 커지는 건지도 모른다. 

매사 바라는 게 없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누구보다 더 많은 걸 바라고 있던 건지 '보통'이라는 기준에 맞추려 해도 눈에 차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다른 사람 됨됨이를 저울질하는 자신의 모습에 놀라며 스스로도 '보통'의 기준에 맞는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지금의 세상에서 '보통'이라는 의미는 과연 어디까지가 있는 것인가.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PART2 꿈을 꿀 희망

우연히 잘못 들어선 택시가 데려다준 곳은 어릴 적 꿈 많던 열여섯 소녀의 집이 있는 곳이었다. 그때의 꿈은 다 어디로 갔을까. 불현듯 슬픔이 밀려온다. 현실은 나를 여유 없이 종종거리게 만들고 일상의 설렘을 꿈꾸지 못하게 해 버렸다. 이제는 덜 바빠져서 예기치 않게 다가올 일들에 두근거리고만 싶다. 

나를 위한답시고 내보이는 배려와 관심은 되려 숨 막히고 답답하다. 숨통이 트일 곳이 필요할 때 찾아가게 된 수도원의 언덕방. 수녀들의 적당한 무관심이 마음의 불편을 몰아내어준다. 무엇이든 알맞게 주어진 것들이 기쁨과 평화를 주는구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말은 '넉넉하다'이다. 어려운 이들을 못 본 체하지 않은 어머니의 마음처럼, 넉넉하다는 말은 언제나 듣기 좋은 말이다. 그러나 요즘 세상에 물질적 부자는 많아도 마음의 부자는 찾기 힘들다. 넉넉하다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깊숙이 자리매김하면 참 좋겠다. 

선과 악의 기준은 누구에게 맞춰야 하는 것인가. 나의 기준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면 바로 잡아야 함이 맞다. 그러나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매정하고 악독한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 나는 어느 쪽이었을까.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PART3 무심한 듯 명랑한 속삭임

나를 괴롭히는 두려움은 눈앞에서 치워버리면 그만인 줄 알았는데, 적의와 분노가 남은 두려움의 잔상은 마음 한편에 죄책감을 남긴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자연 속에도 그렇지 않은 면들이 있다. 그건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연의 섭리인 것을. 결국 모든 건 지나가게 되어있는 것인가 보다. 

몸은 노쇠하여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는 와중에도 놀라운 일이 있다. 잊었다고 생각한 어릴 적 기억이 내가 바라보는 풍경과 만나 다시 생생히 떠오르는 것이다. 그 시절 무지의 울음을 나이를 먹고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 기쁘다. 살 날보다 산 날이 더 많은 지금의 서글픔을 잊게 해 주는 건 언제 또 다가올지 모를 놀라운 순간일 테다. 

내가 못하는 걸 하게 만들려는 목적으로 자존심을 건들면 자유를 뺏긴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화가 난다. 나에게도 하지 않은 자유가 있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상황은 금세 달라진다. 못하는 것을 빼고 잘하는 것을 떠올리기만 하면 기분 나쁠 일도 없다. 남들의 시선에 부끄럽고 치욕스러울 필요도 없다. 나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깨닫기만 하면 생각보다 쉬운 일이 된다.

나이 드는 것에 슬퍼한 일이야 없지만 노쇠하여 변한 건, 현재보다 점점 더 과거의 기억이 뚜렷하게 떠오른다는 것이다. 다행인 건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대부분인지라 늘그막에 행복이란 감정에 다시 한번 빠져볼 수 있다는 점이다. 

행복하려고 사는 것이다. 그 누가 불행하고 싶어 하겠는가. 단지 그 길이 다를 뿐. 자신이 가진 능력껏 행복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이란 없다. 다만 나이 들수록 볼 수 있는 것들이 더 늘어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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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PART4 사랑의 행로 

손자를 향한 내리사랑은 모든 걸 내어줄 수 있을 정도다. 그 아이의 어린 시절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어떤 기억의 한 조각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사랑의 표현일 것이다. 단지 갚아야 할 사랑이 아니라는 것. 무거운 책임을 느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시절의 아름다움만 간직하면 되는 것일 테니.

어린 시절 받았던 할머니의 사랑이 그땐 왜 그리도 부끄럽고 창피스러웠는지. 누군가의 시선을 받는 것도, 이름이 불리는 것도 원치 않았던 그때가 이렇게 시간이 흘러 사무칠 줄 누가 알았을까. 할머니에게 받았던 사랑을 이젠 스스로 이어나가고 있는 지금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내리사랑엔 언제나 마음이 담긴 입김이 들어있다. 다쳤을 때, 아플 때, 음식을 먹을 때도 사랑의 입김은 빠지지 않는다. 그 따스한 숨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또 얼마나 평화로운 것인지. 그 평화 속에서 사랑이 싹트는 것이리라. 

나이 먹는 게 심란하다가도 아이들의 성장을 보면 또 웃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와 재밌는 농담을 나누는 것도 즐겁다. 다른 무엇이 중요할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인 것을. 사회적인 문제를 들이밀며 인생을 요약시키는 것보단 젊은이들의 자람에 더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럼 좀 더 귀여운 할머니가 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PART5 환하고도 슬픈 얼굴

시골을 벗어난 서울살이는 팍팍하고 고단했지만 생활력 강한 어머니 덕분에 이어나갈 수 있었다. 다만 신여성이 되는 것에 확교한 목표가 있으셨던 탓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할 조건들이 있었고, 그건 계집애라는 이유로 견뎌내야 할 무거운 짐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이 행복한 것으로 기억될 수 있는 건 어떤 슬픈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던 어머니의 이야기 덕분이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자신도 딸들에게 여성으로서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 모순점이 아쉽지만 자식을 향한 사랑의 노력은 매한가지 아닐까.

작가가 되고 싶다는 심정으로 글을 쓴 건 아니었지만 막상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자 나만의 일을 가졌다는 사실에 못내 기뻤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데 알 수 없이 차오르던 공허함의 얼굴을 비로소 마주하게 된 것이다. 당선이 되어 활자로 된 책이 나오자 더욱 실감이 났다. 그러나 고민은 거기서 다시 시작된다. 고통스러운 문학의 길로 들어서느냐 그러지 않느냐의 기로에서 나는 여전히 그저 열심히 쓰는 사람이고 싶어 진다. 

나의 눈엔 완전한 악인도 성인도 존재하지 않다. 악한사람에게서 연약함을 찾아낼 수 있으며, 성인에게서 약점을 찾아낼 수도 있다. 그것이 모든 것을 통합시키는 문학의 독보적인 자부심이다. 그 어떤 것을 바라보더라도 바뀌지 않을 사실인 것이다. 

 

모래알만-한-진실이라도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박완서

PART6 이왕이면 해피엔드

육신에 쌓인 나의 영훈이 누군가에게 드러나는 순간이 두렵기만 하다. 소박하게 살았으나 감출 수 없는 남루함이 곳곳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걱정할 필요가 없는 건 그럼에도 잘 살아냈다는 위로를 신께서 해주실 거라는 기대가 있어서다. 

아들을 먼저 보내고 부쩍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따라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가도 죽음이 무서워 뒷걸음질 치는 나를 보며 생명의 애착에 대한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서서히 식욕이 되살아나는 육체를 보며 모멸감을 느낀 것도 잠시 결국 굴복해 버린 난, 주어진 고통을 받아들이며 주어진 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잠자듯, 먼 소풍에서 돌아오듯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를 읽고


나는 이제 박완서 작가를 훨씬 더 좋아하게 돼버렸다.
그의 글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끌림이 있기 때문이다.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애독가에겐 둘도 없는 행운이다. 그 행운을 다시 한번 얻게 돼서 무척 기쁘다. '또 어떤 책을 읽어볼까'라는 기대감이 나를 설레게 만든다.

나이 들어도 잃지 않는 소녀 같은 마음, 스스럼없이 부서지고 갈라진 마음을 꺼내보여 주는 용기, 누가 뭐라 하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는 곧은 심지. 

모두 박완서 작가의 글 속에 깊이 녹아있는 것들이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아주 작은 마음도 한 치의 거짓 없이 솔직하게 내보일 수 있는. 그리고 끝끝내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 그런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https://www.youtube.com/watch?v=QMMdGGZii0c&t=92s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홍보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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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 예스24

2021 ‘올해의 책’ 선정 15만 부 판매 기념 한정판 ‘윤슬 에디션’ 출시박완서 에세이 결정판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가 ‘윤슬 에디션’으로 새로이 독자들을 찾아왔다. 그가 남긴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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