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한국 에세이 /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다정의 순간들 찾기

세상 조금 유난이었던 그래서
언제나 나를 지켜주었던 다정에 대하여
살짝 얼려둔 마음들이 녹는 순간에 대하여

다정소감 - 김혼비   출처 : YES24

* 제목 : 다정소감
* 지은이 : 김혼비  / *출판사 : (주)안온북스
* 키워드 : 언어의 유희, 사소한 다정, 축구, 사회적 차별, 주변인의 힘
* 장르 : 한국 에세이, 산문집
* 만족도 : ★★★★
* 한줄평 : 온전한 나로 만들어지는 비슷하지만 뻔하지 않은 다정 이야기

---

[책 리뷰] 다정소감 - 김혼비 산문집 / 한국 에세이 / '다정'이 남긴 작고 소중한 감정들 / 일상의 소중함과 내 안의 다정 찾기

다정소감 - 김혼비

작가소개 : 김혼비

http://ch.yes24.com/Article/View/46454

김혼비 작가 “B급 느낌이 묻어나는 A급 문장을 쓰고 싶다” | YES24 채널예스

 

---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코로나 사건 이후 우리들의 삶은 가지가 끊어진 나무처럼 기둥만 남아있는 듯한 삭막함이 감돌았다. 서로의 안부를 SNS나 전화통화로만 나누며 지내길 몇 년, 바뀐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기 위해 마음속 고이 모아두었던 다정의 순간들을 꺼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그냥 스쳐 지나가버렸을 사소한 이야기들이 이제야 제 모습을 찾게 된 것은 '단절'이라는 상황 속에서 다시 '연결'을 이루어내고 싶은 지금, 그 사소함이 속에 꼭 필요한 것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김혼비의 '다정소감'은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사회적 문제와 사건 속에서 느꼈던 감정들에 대한 솔직한 견해와 지금껏 살아오며 이리저리 나부끼던 자신을 지탱해 준 여러 주변인들과의 이야기들을 통해 다시금 '다정'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마음을 담고 있다. 새로운 시각에서 엉뚱한 생각으로 똘똘 뭉친 위트 넘치는 글들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입을 불러일으켜 더욱 몰입하게 만들어 준다.

다정소감 - 김혼비

작가는 '축구'라는 운동을 통해 튼튼한 체력과 함께 자신도 모르던 변화를 얻게 된 일화를 이야기한다. 예전엔 싸울 때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던 그녀가 몸을 부대끼며 뛰어다니는 축구를 하고 나서는 지지 않고 집주인과 말다툼을 벌일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걸 우연히 알게 된 것이다.

이 일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선 그에 응당한 부딪힘, 넘어짐, 외침과 같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약자의 그늘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두려움에 맞설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단련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다양한 감각을 몸에 새겨 넣음으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된다는 것도.

근래 들어 사회적으로 고착된 고정관념이 가져오는 문제의 심각성이 뉴스를 통해 연일 전해지고 있다. 타인에 대한 혐오, 무분별한 비판, 비하, 성차별, 자기중심적 사고 등등..

김혼비 작기는 이런 고질적인 사회문제에 대해 소신 있는 쓴소리를 쏟아낸다. 고정화된 시선이 아닌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것. 특히,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안전, 사회생활, 인간관계에 대한 사화적 현실에 대해서도 깊은 안타까움과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잘 모르던 시절 자신의 철없는 발언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잘못에 대한 과오를 인정하고, 또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것을 보며 서로의 입장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해보는 계기를 가져볼 수 있었다.

이렇듯.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잣대로 상대의 모습을 재지 않아야 하고, 개개인이 가진 감각, 환경, 능력이 서로 다름을 알고 이해해야 하는 것을 강조한다. 장애인 비유, 약자 비유, 성 차별적 발언, 소외층의 아픔을 비유한 언어들들 의식하지도 못한 채 내뱉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상대에 대한 적정한 예의도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 사용되는 언어의 표현들이 가지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그러니 이왕이면 '선'을 품은 말들이 서로에게서 흘러나오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니까 가식의 영역 안에서, 비록 속내를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속속들이 모든 걸 말하지는 않았지만, 서로에게 끝까지 좋은 사람이고자 하는
노력과 노력이 만나 빚어내는 존중과 다정이 존재했다.
- 다정소감 -

다정소감 - 김혼비

 

'호의'란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를 돌아보게 되는 이야기도 있었다. 섣불리 가벼운 마음으로 건넨 호의가 누군가의 마음속 잔잔한 호수에 돌을 던지는 것과 같은 파문을 일으켜 버렸는데, 뒤늦게 책임지지 못할 일을 시작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되었던 일화는 그녀에게 응어리 같은 죄책감을 남겨주었다.

상대의 상황과 마음을 잘 몰랐기에 저지른 실수였다.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이 상대에겐 큰 의미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섣부른 호의는 서로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나도 누군가의 마음에 허락 없이 돌을 던지진 말아야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잊혀 기억나지 않는 순간들이 있다.
당시엔 알지 못했던 그 기억들은 딱 필요한 순간에 퇴색되지 않은 다정한 손길을 뻗어준다. 외로이 홀로 떨어져 지내는 이들에겐 살아가는 힘이 되는 다정의 손길말이다. 그러니 당장 그 힘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필요할 때를 위해서 다정의 시간들을 모아두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껏 자신이 받아온 다정의 순간들은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 가장 단단한 기둥이 되어 준다. 친구의 위로, 정성 들여 차려준 음식, 술친구, 언니응원부대, 한 잔의 커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들어낸 다정이 힘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바라보는 넓은 눈을 갖게 되고, 또 나라는 존재를 강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까, 인생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 중 내 마음을
가장 강력하게 붙드는 건 결국 다정한 패턴,
다정이 나를 구원하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 다정소감 -

다정소감 - 김혼비

 

'다정소감'의 김혼비 작가는 늘 바라보는 상황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능력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야기의 서사가 재미있고, 모두 직접 겪은 생활의 해프닝들이라 내적 친밀감이 상승하는 느낌을 받았다. 이야기가 돌고돌아 연결되는 것도 신기한 점이다.

더불어 주변사람에 대한 관찰력이 좋아 표현이 구체적이어서 더욱 유머스러운 면도 있다. 자신에게 선한 영향력과 다정을 서슴없이 건네주는 사람들로 인해 자신의 진짜 모습을 알아가고, 그들에게서 인생의 교훈을 얻는 과정들을 보면서, '나는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받은 적이 있나..' 하는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다.

작가 자신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많이 한 노력들이 보이는 문장들을 통해 스스로를 잘 안다는 것에 대한 힘을 알게 되었다. 늘 용기가 없어 머뭇거리던 자신을 이끌어준 사람들과의 경험들은 소외된 사람들과의 소통과 지속적인 관찰의 중요성을 알게해 주었으며, 누구나 힘이 들 땐 다른이의 다정한 돌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어떤 형태로의 다정이든 버려지는 것은 없고, 뻔하고 똑같은 것도 없다. 
나의 기억 속에 숨겨져 있던 '다정의 순간'을 떠올려 본다.
위로를 가장한 잔소리꾼 친구, 진로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준 선생님, 나를 늘 응원해 주는 블로그 이웃님들의 모든 이야기들이 나에겐 '다정'일 것이다. 

고이고이 잘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필요한 순간이 오면 꺼내봐야겠다.
그럼 기울어진 나의 마음을 다시 바로 세워줄 힘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소통의 부재가 부각되어가고 있는 사회에서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보듬어주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잊고 있던 다정을 다시 불러일으켜줄 재미있고, 또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김혼비 작가의 센스 있는 비유와 위트 있는 언어의 유희에 푹 빠져볼 수 있을 것이다.

 

https://youtu.be/9ewfILtxIQc

다정소감 홍보영상 출처:YES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