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1일
다산, 어른의 하루 인생 문장 365 - 부조리의 말들_여유당전서
하늘은 높지만 하늘이라 부르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데 서얼이 자기 부모를
부모라 부르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_<여유당전서>
思索
'부조리'. 불합리, 불가해, 모순으로 인도하는 것을 말하는 것. 이 단어를 보고 있으니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아주 짧게 일했던 직장의 팀장이다.
사실 처음엔 조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들어간 건데 실상을 알고 보니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다. 내가 좋아하던 조용함이 아닌 살얼음판이라는 걸 입사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이다.
몇 주가 지나고 난 후엔 모든 것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일명 사장이자 팀장이었던 그 사람이 가진 막강한 권력 앞에 아무도 반기를 들지 못하는 불합리한 날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말로만 들었을 땐 믿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야기는 와전돼서 전달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조금은 부풀려지기도 하니까. 하지만 어느 날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하게 되자 그 말들이 모두 진실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 시대에, 이런 장소에서 마치 계급사회인 것처럼 사람을 나누고 거기에 맞춰 대한다는 것이. 위압감을 이용해 사람을 찍어 누르고 자신의 화풀이 상대로 삼는다는 것이.
내가 더 놀랐던 건 거기에 대응하는 직원분들의 태도였다. 마치 순응하는 것이 자신의 일인 듯이 행동하고, 팀장 앞에선 고개조차 들지 못할 정도로 위축된 모습이라니.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항변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 팀장의 고압적인 자세 앞에서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대들 수 있는 사람은 없었을 테니까. 부조리함에 익숙해져 버린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줄 리가 만무했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자신의 권리조차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채 일만 해야 하다니. 학습된 모순이 가져온 결과는 참담할 정도로 무서운 것이었다. 어서 그곳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퇴사를 결정하자 나에게도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온갖 이유를 들먹이며 내가 그만두지 못하게 막은 것이다. 전임자가 그만둔다고 했다가 키보드가 날아왔다는 이야기가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두려움이 밀려왔다. 나도 그런 일을 당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지만 용기를 내 나의 확고한 의지를 몇 번이나 전달했다. 그 후 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곳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 얼마나 떨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된 게 있다. 부조리에 맞서야 할 때가 인생에 한 번은 찾아올 것이며 어렵지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만 한다는 것을.
세상엔 말할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삶조차 보호받지 못해 힘들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너무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조리에 맞서는 건 힘든 일이 분명하지만 때론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 용기를 내야 할 때가 있다. 자신을 위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힘을 내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다산 정약용의 지혜와 통찰이 담긴 문장을 통해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를 되새겨보며
부끄럼 없는 어른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이곳에 담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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