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벚꽃 명소 - 신천(수성교~대봉교까지) 주말 나들이 추천

지난 주말, 스케줄을 미뤄두고 드디어 제대로 된 벚꽃 구경에 다녀왔다.
그곳은 바로! 대구 수성교아래에 위치한 신천대로. 사실상 강변길이기 때문에 정확한 명칭을 붙이기가 어렵다. 수성교와 김광석길의 중간쯤..이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나 차를 이용하시는 분들은 김광석길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는 걸 추천한다. 그리고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을 나와 횡단보도만 건너면 대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

토요일까진 날이 흐리고 추워서 살짝 걱정을 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맑아진 하늘 덕분에 기분 좋은 나들이를 시작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날씨 복이 없기로 유명한 나로선 감사할 따름이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다리아래로 내려가는 길. 시작부터 벚꽃 만발이다.

내려가는 길부터 이렇게 이쁘면 반칙아닌가?

 

수성교 아래로 내려가도록 설치되어 있는 길 입구부터 만개한 밪꽃나무가 마중을 나와있었다. 시작부터 이러면 너무 좋아서 곤란한데..라는 마음과 다르게 핸드폰을 들이밀며 사진 찍느라 바쁜 나.

내 옆에서 정말 진지하게 벚꽃과 사진을 찍는 남자분이 있었는데, 너무 열중해 있어서 절로 시선이 갔다. 처음엔 진득하니 벚꽃과 시선을 맞추더니 나중엔 손을 뻗어 쥐며 교감까지 나누는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였다. 감수성이 아주 풍부하신 분이신가 봐..

 

앞다투어 피워내고 있는 벚꽃무리들이 너무 이쁘다.

 

밀착샷을 놓칠 수는 없지!
내려가는 길 옆에 피어있는 벚꽃나무들은 바로 눈앞에서 직관할 수 있어 생생함이 훨씬 더 크다. 땅에서 올려다보는 벚꽃나무는 고개를 젖혀야 많이 볼 수 있지만 여긴 딱 눈높이에서 들여다볼 수 있으니 느낌이 또 다르다.

 

길을 따라 내려오면 만개한 벚꽃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길따라 서 있는 벚꽃나무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답구나..

 

아래로 내려오면 길을 따라 벚꽃나무 행렬이 줄지어 서 있다. 어찌나 이렇게 이쁘게 피어있는지 보고 있는 내내 흐뭇한 기분이 드는 게 역시 일을 미루고 나온 보람이 있다. 대신 다음날 고생하는 것도 나겠지만... 나 대신 일해 줄 사람 어디 없나..

 

내려맑은 하늘이 어찌나 이쁜지 그림이다 그림..

 

좀 전엔 눈높이에 맞는 벚꽃을 봤다면 길가로 내려와 보는 벚꽃은 하늘과 만나 또 다른 아름다움을 만들어 낸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하얀 벚꽃잎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모습에 한참을 하늘만 쳐다봤지만, 아무리 많이 봐도 전혀 질리지 않을 풍경이었다.

 

적당히 부는 바람에 살랑거리며 흔들리는 벚꽃나무의 모습

 

 

반대편 길에도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벚꽃로드

 

한참을 벚꽃구경을 하다가 반대편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곳에도 벚꽃길이 길게 이어져있었다. 저 길을 지나다니는 사람들과 차들도 저 벚꽃나무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겠지?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만난 개나리들.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의 기운이 느껴진다.

 

대봉교 방향으로 쭉 걸어 올라가다가 만난 개나리 무리들.
벚꽃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어 개나리들은 순위밖인지 너무 풍성해진 모습이 마치 우림 같다. 개나리도 나름 봄의 전령사정도는 되는데 좀 이쁘게 다듬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더 올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대봉 지수보. 소리만 들어도 시원함이 느껴진다.

 

계속 걷다가 살짝 더워지려는 참에 들려오는 시원한 물소리 때문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생각보다 더 소리가 웅장하고 크게 들린다. 근데 시끄러운 게 아니라 듣기 좋은 크기의 소리다 보니, 가던 길에 잠깐 멈추어 쉬어가기 좋은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이거야 말로 하천 ASMR~

 

여기에 먹을게 얼마나 많은 건지 잉어들이 크다 못해 거대하다.

 

시원하게 흐르는 물줄기를 가만 들여다보면 색이 유독 진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 여기가 바로 '잉어가 헤엄치는 대봉 지수보''라고 친절히 설명해 주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물줄기가 부딪히는 곳에 뭐가 있는 건지 저렇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보기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좀 징그럽다. 물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잠깐 보는 게 다다. 대신 아이들은 정말 좋아할 듯. 아님 너무 크다고 더 싫어하려나?

 

물소리가 이렇게나 큰데도 꿀잠을 잘 수 있다니.. 대단한 오리 커플

 

하천을 바라보며 갈길을 재촉하던 중 바위 위에 나란히 숙면 중인 오리 커플을 만났다. 물소리가 생각보다 큰데도 잘 자는 모습을 보니 그저 부럽다. 나도 저렇게 시끄러워도 잘 자는 사람이 되었으면.. 숙면을 못하는 사람은 웁니다.. 그래도 평화로운 오리들 덕에 기분이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다.

 

백색의 벚꽃과 푸른색의 물만 한참 바라보고 오다 보게되는 초록색은 눈을 정화시켜주는 느낌이 든다.

 

열심히 걸을 수 있는 길이 있다면 편히 앉아 쉬어가는 곳도 있는 법.
아주 커다란 나무가 내어주는 그늘에 기대어 쉴 수 있는 정소들도 잘 마련되어 있다. 밝고 어두운 색만 보며 걸어오다 아주 푸르른 초록색을 한눈에 담으니 저절로 정화되는 기분이 든다.

내리쬐는 햇빛에 살짝 지친 몸을 시원하게 식혀준 나무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2차전 걷기에 돌입했다. 사실 이때 여기까지 하고 그만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잠깐 했는데, 그러지 않길 잘했던 것 같다. 그랬음 이쁜 꽃을 못 볼 뻔!

 

둥글고 크게 만들어져 있는 꽃밭. 이제 막 심기 시작했는데 다 피려면 시간이 걸릴 듯 하다.

 

포기를 할까 하고 고민하다 좀 만 더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걷던 중 이제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꽃밭을 만났다. 동그란 큰 원형을 여러 갈래로 나눠 각기 다른 꽃을 심어놓은 듯했다. 그중 한쪽 편에 이미 노란 입을 쭉 내민 채 활짝 피어난 꽃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방법을 찾아봤더니 네이버 검색에 꽃이름 찾아주는 스마트렌즈라는 기능이 있었다! 
이런 기능도 있었다니 신기할 따름.. 스마트렌즈를 사용해 이름을 검색해 보니 '옥스아이 데이지'란다. 세상 참 좋아졌어.. 이제 길가에서 만난 꽃들 이름도 다 찾아보고 기억해 둬야겠다.

 

여기까지 가보자고 한 곳의 끝자락에서 만나게 된 해송

 

생각보다 길어진 산책길의 끝자락에선 하늘 위로 곧게 뻗어 오른 해송들을 만날 수 있었다. 꽤 멀리서 찍었음에도 그 높이가 얼마나 긴지 알 수 있다. 가까이 가면 고개를 90도로 꺾어 올려도 끝이 보이질 않을 정도였다.

저렇게 곧게 자랄 수 있도록 서로의 가지를 엮어놓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원래 해송은 바닷가를 향해 자란다고 하는데 여긴 바다가 없으니 나무들이 조금은 아쉬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혼자 덩그러니 있는 건 아니니 다행이라 할 수도 있겠다.

더 가고 싶었지만 다시 돌아갈 길도 멀기에 아쉽지만 해송을 보는 것을 끝으로 발걸음을 되돌렸다. 되돌아가는 길에 다시 한번 만개한 벚꽃나무들을 볼 수 있었으니 이것이야말로 시작과 끝이 아주 완벽한 성공적인 주말 나들이다. 실행에 옮긴 나를 칭찬해!

대구는 3월 말부터 4월 초중반까지 벚꽃 개화시기라고 한다. 가족 또는 친구, 연인과 함께 벚꽃구경 갈 계획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이곳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

내가 받았던 행복만큼 많은 분들이 활짝 핀 벚꽃을 보고 행복한 기분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이다. 수성교 신천대로뿐만 아니라 또 다른 대구 수성구 벚꽃명소에 대한 정보도 올려놓았으니 참고하셔서 즐거운 여행 하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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