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곡 많은 인생을 살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삶의 치유가 담긴 헤르만 헤세의 거울 같은 글
* 제목 : 삶을 견디는 기쁨
* 지은이 : 헤르만 헤세 / *출판사 : 문예춘추사
* 키워드 : 삶의 양면성, 고통과 두려움, 내면의 목소리, 자연의 가치
* 장르 : 외국 에세이 / 삶의 자세와 지혜
* 만족도 : ★★★★★
* 한줄평 : 비록 고통으로 가득 찬 삶 속에도 행복은 있으니.
작가 소개 : 헤르만 헤세
개신교 목사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남.
틈나는 대로 습작을 하다가 1899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를 출간.
이후 1904년에 첫 번째 소설 <페터카멘친트>를 발표하며 명성을 얻기 시작.
제1차 세계대전 때 반전 활동을 한 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치료를 받음.
그 후 '에밀 싱클레어'라는 익명으로 <데미안>을 발표.
화가로의 활동을 통해 예술적 감성을 다양하게 나타냄.
<삶을 견디는 기쁨>에 실린 그림은 모두 헤세의 작품.
1946년, 노벨 문학상과 괴테상을 동시에 수상.
<싯다르타>, <황야의 늑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유리알 유희>등을 발표.
목 차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작은 기쁨 / 절대 잊지 말라
무위의 미학 / 아름다운 오늘
잠 못 이루는 밤 / 꿈
내면의 부유함
밤의 인사 / 외로운 밤
한밤중에 떠나는 행군
오래된 음악 / 혼자 걷는 길
2부 조건 없는 행복
도시 / 관계 / 당신은 정말 행복한가
행복 / 유일한 능력 / 한 편의 일기
내게는 둘 다 같은 이야기 / 예술가와 심리학자
쉼 없이 달려감 / 흐린 하늘
당신도 그것을 알까? / 두려움 극복하기
힘든 시절에 벗에게 보내는 편지
언제나 새로운 자신 가꾸기 / 한 편의 동화 - 험난한 길
3부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
병상 일기 / 명상 / 온갖 죽음 / 휘파람 불기
삶을 긍정하기 / 삶을 받아들이기 / 심리학
우리에게 부족한 것 / 시인이 부르는 죽음의 찬가
불가능한 것을 다시 시도하기 / 어딘가에 / 한탄
여름날의 기차 여행 /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 / 불꽃놀이
밤의 사색 / 기뻐할 줄 아는 능력 / 파랑 나비
아름다운 삶의 비결 / 올림사음과 내림가음 / 세상이여 안녕
삶을 견디는 기쁨
들어가며
내 인생은 왜 이리 각박하기만 한지, 볕 들 날이 대체 언제 올지 고민하느라 밤잠 설쳐본 적이 있는가. 이번만 지나가면 그러면 행복이 찾아올 거라 막연히 기대하며 불안에 찬 날들을 보낸 적이 있는가. 수십 년을 살아왔건만 여전히 옳은 길을 찾지 못한 거 같은 두려움에 떨어 본 적이 있는가.
삶이라는 숙제를 받아 들고 무슨 말을 적어나가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냥 백지인 채로 서있는 기분을 알고 있다. 풀이 방법도 알려 주지 않고 정답지도 없는 문제를 푼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겪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이 책은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았다. 삶을 견디는 게 기쁜 일이라니.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린가... '혹시 반어법으로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려주는 내용 아닐까'라는 실없는 생각도 잠깐 했다.
하지만 한 장씩 읽어 나갈수록 내 생각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자 부끄러움이 몰러왔다. 내 삶의 고통 따윈 예고편에 불과했구나. 그런데도 난 늘 불평하고, 세상 탓을 하며 어떻게든 벗어나려 노력했었는데, 순수한 기쁨 따윈 얻기 힘든 거라 생각했었는데.
진정 받아들이는 삶의 모습은 때론 불행하지만 그 이상의 행복으로 가득 채울 수 있다. 누구보다 먼저 삶의 어둠을 받아들여 이제 막 어둠에 잠기려는 이들에게 전하는 그의 편지엔, 그럼에도 살아간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건지 다시 일깨워 주는 아름다운 힘이 실려 있다.
1부 영혼이 건네는 목소리
기쁨들 중 가장 으뜸은 우리가 날마다 자연을 접하면서
맛보고 누리는 즐거움이다.
작은 기쁨이란 절제하는 습관을 가지며 자연의 변화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주변을 바라보라. 매일 변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순간의 사소한 즐거움이 삶의 기쁨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땅보단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을 가져라.
무위의 미학. 의욕 없음과 공허를 메꾸기 위해 또 다른 것들을 주입시키지 말 것. 오히려 부작용만 더 키울 뿐이다. 시간의 여유로움과 무위에 관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선 일정한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태의 정돈된 마음은 기다림의 미학이 된다. 자세를 바꾸어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고 마음의 안정과 자아 망각의 시간을 통해 지루한 시간이 우리를 지치게 할 수 없음을 알게 하라.
잠 못 이루는 밤. 불면만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생의 흐름, 잊고 있던 고뇌와 슬픔, 그리워하던 과거의 빛바랜 추억, 감춰져 있던 사물의 경외감이다. 또 다른 아픔을 바라볼 수 있는 마음, 지친 마음을 돌아보는 침묵의 시간이다.
불면을 겪어보지 못한 자. 이런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 힘든 고비를 넘은 자만이 삶의 가치를 찾을 수 있고, 건강에 자만하여 잠을 등한시한 자의 삶의 내면엔 짜증이 가득하다.
내면의 부유함. 외적인 것에만 치중하여 쾌락만 추구하는 이들은 진정한 정신의 문화를 만끽하지 못한다. 삶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이가 온전한 문화재산을 만끽할 수 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글과 노래를 듣고 행복의 시간을 떠올려라. 그것이 내면의 부유함에 이르는 일이다.
외로운 밤. 내 삶은 내가 책임지는 것. 결정 내린 일에 대해서 흔들리지 않을 것. 사색을 즐기고 매일 아침의 사소함을 즐기는 자는 여유가 있기에 굳이 다른 것이 필요하지 않다. 대신 기쁜 순간이 온다면 온전한 기쁨에 흠뻑 빠져야 한다.
행복과 고통은 각각 반씩 인생을 지배한다. 그래서 고통을 이겨낼 방법을 찾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반은 산 것과 같다. 고통받는 것을 배우는 사람은 부드럽고 또 강철처럼 단단하다.
오래된 음악. 음악은 이전의 생각을 휘발시키는 능력이 있다. 내가 있던 곳, 가지고 있던 마음, 어둠, 슬픔, 고뇌. 이 모든 형태의 것들은 장엄하고 아름답게 울려 퍼지는 음률을 타고 저 멀리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그 간의 답답함과 외로움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음악으로 채워진 몸은 다시 돌아온 일상의 평범함을 사랑할 수 있게 한다.
2부 조건 없는 행복
힘든 시기에는 자연으로 나가서 수동적인 아닌.
적극적인 자세로 그것을 즐기는 것보다 더 좋은 약이 없다.
도시. 무의 자연은 인간으로 하여금 발전하고, 문화를 형성하고, 기술을 만들어 새로운 도시가 된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제 모습을 잃고 자연재해로 땅이 갈아지며 산산조각 난다.
폐허가 된 도시엔 또 다른 사람들이 모려와 과거를 회상하고, 부서진 잔해 속에서 삶을 이어간다. 그리하여 사람 발길이 끊긴 도시는 다시 시간을 되돌려 자연이 된다.
무에서 유로, 다시 유에서 무로의 과정은 이렇듯 그러 흐를 뿐. 어디선가 다시 변화할 어느 도시로 사람들은 몰려가는 것이리라.
당신은 정말 행복한가. 지나가는 시간은 잡지 못한다. 그리고 지워진 기억은 불러오지 못한다. 그리하여 내 행복은 어디쯤에 있었던 건지 찾을 수 없다.
애써 행복의 시간을 떠올려보려 노력하지 말고, 지금 살아가는 순간의 행복을 새겨야 한다. 찰나의 순간을 기억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삶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그저 보내버리는 행복이 아닌 늘 새롭게 받아들이는 행복으로.
내가 받아들이는 만큼 행복은 내 곁에 남는다. 괴로운 추억과 아픈 경험 또한 행복일 수 있음은 얼마나 진지하게 받아들였느냐에 달린 것이다.
한 편의 일기. 내면의 마음은 충돌한다. 자신의 고통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와 고통을 받아들이는 수용의 마음 모두 자신이다. 의식의 흐름과 무의식의 흐름이 만나는 순간 고통은 고통인 동시에 고통이 아니다.
이겨내려는 마음과 받아들이는 마음이 공존하는 이에게 고통은 달고도 쓰다. 그렇기에 힘들면서도 웃음 지을 수 있다.
예술가와 심리학자. 내면의 심리는 스스로 깊은 곳에서 생각에 잠기어 그 속에 담긴 나를 들여다보는 사람에게 더 발견되기 쉽다.
그렇게 자신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통해 세상의 다양함을 체험하고 그곳에서 생생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된다. 혼란스러운 현실에서의 중심 잡기를 위해선 마음속 숨겨진 무의식의 원천에 귀 기울여야 한다.
흐린 하늘. 맑은 날과 흐린 날이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는 것처럼, 인생도 그러하다. 다만 고통스러운 흐린 날을 이겨낸 후의 맑은 날이 더없이 소중하고 반가울 뿐이다. 기쁨뒤엔 반드시 슬픔이 따름을 알아야 슬픔을 이겨냈을 자신과 마주할 수 있다.
스스로 고통에 허우적거린 사람만이 같은 고통에 눈물짓는 이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 흐린 마음을 가두지 않고 밝은 곳으로 나아가려 노력하면, 그리고 극복해 내면 누구보다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다.
두려움 극복하기. 모든 것을 내던져본 사람만이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알 수 없는 미래와 과거에 갇혀 불안에 떨기만 하는 사람은 진정한 기쁨과 삶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다. 죽을 각오가 아닌 이상에야 지금의 고통과 새로운 나를 만날 방법은 없다.
심연 속에서 목도한 자신의 마지막을 대면하고, 두려움의 실체를 보았을 때 그건 이미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된다. 그러니 죽고 싶은 심정으로 기꺼이 살아라! 기쁨의 가치는 내가 겪은 고통의 크기만큼 커질 것이다.
새로 태어나고 싶은 사람은 죽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언제나 새로운 자기 자신 가꾸기. 삶이 빛을 잃고 허무하게 느껴져 생을 끝내려는 이들의 선택은 그들만의 용기이자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타인의 동정을 사고 관심을 끌기 위한 수단으로 죽음이 이용되는 건 인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삶의 의미와 존엄성, 기쁨을 모두 잃어버린 이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건 그 고통을 겪어본 자만이 가능하다. 이 고통은 세상에 주어진 것들을 느끼며 살고자 하면 반드시 따르는 것이기에 그럼에도 새로운 것을 느끼고, 사랑하려는 마음으로 빛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한 편의 동화 - 험난한 길. 비록 고난의 길이라는 걸 알았을지라도 가겠다는 의욕과 행동을 취한다면, 고난의 꼭대기에서 한눈에 담지 못할 넓은 하늘을 마주하리라.
혼돈과 슬픔의 절정 속에서만이 성장은 이루어진다. 그것을 뛰어넘겠다는 용기가 필요하다. 고통을 빨리 벗어나기 위해선 고통 한가운데를 가로질러야 한다. 피하기만 하는 것은 고통을 더 가중시킬 뿐이다.
3부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
우리는 적어도 한 번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판단 기준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병상 일기. 충동, 불안, 두려움, 고통, 욕구 등을 제대로 보지 않는 삶은 공허하고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 그저 연명하는 삶이라니 그보다 혼란스러운 것을 없으리라.
불안정한 모습을 인정함으로써 인생의 가치관을 다시 세우고, 금지해야 할 것들은 절제해야 한다. 초월하는 자아란 자신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마음으로 세상을 음악으로 느끼며 성인으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명상. 겉으로 드러나는 밝음만으로 산다는 건 오히려 어둠을 더 짙게 만들어 버리는 독이 될 수 있다. 나쁜 것, 보면 안 되는 것을 생각하지 않으려는 마음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잘못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할지도 모른다.
해롭고 이로운 것의 경계는 무의미하다. 모든 것은 중립적인 것이기에 때론 빛과 어둠이 서로 자리를 바꾸며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고이지 않고 계속 흘러갈 수 있는 것이다. 좋은 것만을 받아들이는 건 나쁜 것에 대한 내성을 더 낮추게 되는 결과를 불러울 수도 있다.
삶을 받아들이기. 삶이란 정해진 규칙이 따로 없지만 사람들이 모인 곳에선 보이지 않는 그들만의 규칙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나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고통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때론 연극 같은 삶일지라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일지라도 진지하게 받아들여 보겠다는 마음을 허락한다면, 언젠간 고통이나 고독, 부끄러움, 불쾌감 같은 것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모습을 받아들이게 될지도 모른다.
기뻐할 줄 아는 능력. 무가치스러운 일에도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는 것. 모든 감각과 감정을 사용해 받이들이려는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혼란스러운 세상과 불안정한 관계 속에서 찾아내는 진정한 기쁨과 아름다움으로 인간은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증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삶의 비결. 인생이 고통뿐일지라도 살아감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건, 그럼에도 이겨내고 살아가려는 내면의 천성과 세상이 자신에게 주는 다양한 경험들이 의미를 남겨주기 때문이다.
비록 그로 인해 때론 지옥을 맛볼지라도 삶을 견뎌내는 것엔 그만의 기쁨과 행복이 충만하기에 또다시 살아감을 선택하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헤르만 헤세의 '삶을 견디는 기쁨'을 읽고
지금까지 이렇게나 아름다운 문체를 본 적이 있던가.
웬만한 일이 아니면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 내게 이 책은 아름다움 그 자체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한평생에 걸친 인간 심리에 관한 탐구와 깊은 사색으로 완성된 글은 물 흐르듯 연결되어 손에서 쉽게 놓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것일까.
책 속에서 헤세는 현실과 이상의 충돌로 매 순간 괴로워했고, 불편하게 느껴지는 감정들을 마주 하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고통과 외로움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삶의 참모습이 어떤지 거짓 없이 말해주고 있으며, 끝없는 고독과 죽음의 기로에 선 고민들을 굳이 피하지 않는다.
지금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이 똑같이 겪고 있을 삶의 부조리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회피하고 싶은 약한 마음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행복보단 슬픔이 분노, 고독, 괴로움이 더 많은 인생을 살지만 그럼에도 삶을 이해해 보려는 태도를 가져보길 적극적으로 권하고 있다.
점점 현대화되는 문명보다는 영감과 감사함을 주는 자연을 숭배하고 가까이 두기를 바라며, 당연한 삶의 기쁨보다는 피할 수 없이 짊어져야 할 고통을 잘 이겨내길 바라는 충고와 조언을 아낌없이 전해주기도 한다.
옛 시절 80년이라는 생을 살며 직접 경험하고, 깊이 사색했던 헤세의 삶에 대한 통찰을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 '어쩜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라는 감탄이 막을 새도 없이 나올지도 모른다.
결국 삶이란 혼자 꾸려가야만 하는 것이다.
헤세가 그랬듯 생명이 가진 유한함과 생의 무지함에 눈물짓지 않고, 정복당하지 않고, 삶에 대한 용기와 도전으로 이겨나갈 수 있길 나 역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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