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예바가 계속 마음에 머물렀다.
<아몬드> 손원평을 사로잡은
열두 살 예바의 이야기
* 제목 :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 지은이 : 예바 스칼레즈카 / *출판사 : 생각의 힘
* 키워드 : 전쟁, 집, 평화, 희망, 인류애
* 장르 : 청소년 문학 / 미디어 추천
* 만족도 : ★★★★
* 한줄평 : 열두 살 아이의 눈에 비친 전쟁의 참흑한 민낯
지은이 예바 스칼레즈카
열두 살 우크라이나 소녀.
'그 일'이 있기 전까진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하르키우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지금은 할머니와 아일랜드에 머물고 있다.
옮긴 이 손원평
서강대학교에서 사회학과 철학을 공부
장편소설 <아몬드>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
<서른의 반격> <프리즘> <튜브>, 소설집 <타인의 집>을 발표함.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
< 전쟁을 마주한 열두 살 아이의 일기장엔 무엇이 적혀있을까 >
들어가며
TV를 통해 접하는 전쟁은 비현실적이어서 의외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기게 되는 경우가 있다. 지금의 우리 세대는 전쟁이라는 것을 겪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하는 것엔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어쩌면 이번에도 그럴 뻔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멀고 먼 타국, 한 권의 일기장을 통해 이야기는 시작된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어린아이의 낮은 눈높이로 바라본 참흑한 세상이 담겨 있다.
"이래도 전쟁에 무심할 건가요?"
라고 말하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어느 영상보다 사실적이고 또 직설적이다.
겨우 12살인 우크라이나 소녀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져야만 했을까?
소녀의 지난 발자취를 따라가 보도록 하자.
※ 일기 형식에 따라 예바의 시점으로 적어보고자 한다.
[우크라이나]
1번째 날 ~ 13번째 날까지의 기록
<전쟁이 일어나다>
2022년 2월 24일 새벽 5시 10분.
고요한 밤을 가르는 커다란 금속음은 폭격이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갑작스러운 전쟁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한 나와 할머니는 경악하고야 만다.
숨이 차고 식은땀을 흘린 채 향한 곳은 지하실.
나는 핸드폰으로 친구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는다.
지옥이 시작되었음을 느꼈을 때 나는 이 모든 일을 기록해야겠다 다짐한다.
지금까지 당연하게 누려왔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자
그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집을 떠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목숨이다.
한평생 자랐던 정든 집을 떠나 이나 아줌마네로 이동했다.
멈추지 않는 폭격, 탱크 소리, 군인들..
믿어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내가 나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는 것을 다짐한다.
이제 무슨 일이 더 생길지.
친구들은 모두 무사할지.
집과 고향은 괜찮을지.
무수한 의문들이 가득 찬다.
심장이 두근거리고 떨리지만 어떻게든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노력한다.
<한순간에 뒤바뀐 현실>
연속적으로 들리는 엄청난 폭발음.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저녁 6시부터 아침 9시까지의 통행금지 시간이 생겼다.
점점 심해지는 전쟁의 피해는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다.
창고 안에 숨어서 하는 기도.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다는 사실이 그저 슬프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살아남겠다는 목표뿐이다.
신에게 절실하게 기도한다.
<가까이 다가오는 전쟁의 그림자>
곳곳에서 전해지는 전쟁의 민낯들.
2m가 넘는 폭탄이 떨어지고 귀청이 떨어져 나갈 듯한 미사일 소음에 괴롭다.
친구들과의 채팅방에선 열악해진 상황을 서로 이야기하고
누군가가 올린 웃긴 영상에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다.
<공격당한 우리 집>
어느 날 들려온 끔찍한 소식.
기어코 미사일은 우리 집 부엌을 부수고 말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그곳은 산산조각 나고
12년이라는 시간을 붕괴시키고 말았다.
이젠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드론을 보며
얼마나 살고 싶은지에만 집중하기 위해 매분 매초를 버티고 있다.
죽음은 나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도움이 절실하다.
<안전한 곳으로>
천사 같은 적십자 자원봉사자 분들은 전쟁을 뚫고 우리를 기차역까지 데려다주었다.
공습경보가 울리는 긴장감 속에서 다행히 기차에 오르는 데 성공했지만
중간중간 계속 멈추는 기차에 두려운 마음을 졸이며 마침내 종착역에 도착했다.
새로운 곳에 도착하자마나 느낀 감정이란 이제 나는 난민이 되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다른 건 몰라도 어디에 있는지, 내가 누구인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다.
<채널 4와의 인터뷰>
내가 일기장을 쓰는 것을 눈여겨본 영국의 기자 '플라비앙'은 나에게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계속 들려오는 고향 '하르키우'는 상황이 더 안 좋아지고 있다.
친구들은 대피소를 떠나야 했고, 대부분의 주거지가 무너졌다.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전쟁이 시작된 날부터 겪었던 일을 모두 전해 주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채널 4에선 나와 할머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어 했고
아직 하르키우에 남아있는 친구들과의 통화를 영상에 담기도 했다.
[헝가리]
13번째 날 ~ 16번째 날까지의 기록
<또다시 떠나다>
'어쩌면'이라는 행운에 기대어 떠나는 헝가리 여정의 시작이다.
국경을 넘는 데 필요한 서류가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내가 할 수 있던 건 기도뿐이었다.
다행히도 전쟁 중엔 법이 적용되지 않아 무사히 국경을 넘게 되었다.
하느님께 감사하다.
이동 중에 열어 본 채팅방의 친구들도 고향을 대부분 떠났다.
뿔뿔이 흩어진 친구들이 그립다.
기차를 타고 도착한 부다페스트의 켈레티역.
그 앞은 나를 기다리는 사라들로 북적였다.
취재하는 기자들, 생필품을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
무사히 도착한 숙소에서 긴장하느라 피곤해진 몸을 늬었다.
<아름다운 나라>
새로운 곳은 신기하고 흥미로움이 가득하다.
비록 말은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친절한 이웃들 덕분에 마음이 놓인다.
비로소 제대로 이루어진 인터뷰에서 나는 모든 감정들을 쏟아냈다.
아름다움에 압도되는 것과 함께 슬픔이 공존한다.
[아일랜드]
16번째 날 ~ 67번째 날까지의 기록
<또 다른 곳으로>
영국이나 프랑스로 가려했지만 난민에 대한 정서와 까다로운 조건으로
아일랜드로 떠나게 되었다. 우리에겐 좀 더 안전한 나라가 필요하다.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감사하게도 여정은 순조로웠다.
도착한 아일랜드 사람들은 나를 환대하며 새로운 생필품, 장난감을 건네주었고,
나를 너무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새로운 시작>
이웃들의 사랑이 담긴 선물과 친절한 인사로 시작하는 새로운 날이 너무 행복하다.
그들에게 내가 겪은 일들에 대해 알려주자 많은 관심을 보이며 나를 위로해 주었다.
덕분에 너무 오랜만에 피아노를 치며 큰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일랜드에서의 인터뷰>
여전히 나는 매일 우크라이나를 생각하고 또 깊은 고통을 느낀다.
내가 TV에 나오는 순간들이 마냥 기쁘진 않다.
아직 고향에 남아있을 사람들을 위해 매일 기도한다.
<압도하는 슬픔>
안락한 생활 속에서도 집, 친구들과 학교가 그리워 슬프다.
전해 들은 고향의 소식은 끔찍했다.
우크라이나의 아름다운 도시가, 수도원이 폭파되어 영영 사라져 버렸다.
우연히 만난 우크라이나 커플과의 대화에서 지나온 시간들이 스쳐 지나가 나를 관통했다.
어떻게 버텼었는지, 제발 살려만 살라 빌었던 시간이 떠오르자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이제 나의 고향 하르키우는 파괴되어 사라지고 있다.
<전쟁 후 한 달>
전쟁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당장 1분 앞에 무슨 일이 생길지 가늠할 수 없음에 무력함을 느끼게 한다.
전쟁보다 더 끔찍한 것은 없다.
살아남은 이들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대체 왜 전쟁을 일으키는 걸까?
가장 슬픈 건 무고한 시민과 아이들이 죽임을 당했다는 것이다.
<등교>
아일랜드 학교에 정식으로 등교했다.
그들의 일부일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된다.
언어가 달라 번역 앱을 통해 수업을 열심히 들었다.
새로운 교육 과정과 언어에 적응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너무 즐겁다.
선생님과 새 친구들을 보니 고향의 선생님과 친구들이 그립다.
전쟁은 우리를 세계 각지로 흩어 놓았다.
나는 '난민'이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그리고 창피하지만 언젠가 우리만의 집을 가지고 싶다.
<전쟁 후 두 달>
조금은 진정된 상황에서 얘전의 집에 남아있을 짐을 가져오고 싶었다.
다행히 좋은 분과 연결돼 내가 좋아하는 물감과 옷 그리고 인형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분이 보내준 우리 집의 모습은 처참했다.
구명이 뚫린 집을 보는 게 고통스럽다.
<그 후>
전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가 없다.
여전히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의지가 있음에 놀랍고 감사하다.
전쟁이 나에게 가르쳐 준 건 삶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난 전쟁 첫날의 꿈을 꾼다.
안전한 곳으로 떠나며 친구들과의 만남을 고대한다.
전쟁 전 매일의 설렘들은 전쟁 후 매일의 공포가 되었다.
언젠가 친구들과 가족을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올 것이다.
그전까진 새로운 내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한다.
'당신은 전쟁을 몰라요'를 읽고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나라에서 새로운 삶을 찾은 예바가 참 다행이면서도 먹먹한 마음이 차오른다. 이 어린아이에게 무슨 잘못일 있길래. 고작 12살 난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을 부쉈어야만 했나라는 분노가 솟구친다.
자신이 본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직접 펜을 든 예바가 대견스럽고 또 안타깝다. 어떻게든 또 다른 피해를 막고, 부디 많은 이들이 전쟁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을 그 마음이.
예바의 일기장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다른 아이가 떠오른다. 바로 '안네의 일기'다.
안네의 일기가 출판된 지 약 80여 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쟁은 우리 곁에 남아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리고 또 같은 일을 겪는 아이들이 여전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 또한 너무 답답한 일이다. 천진하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이면에 남아있는 전쟁의 공포는 아마 평생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똑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용기를 낸 한 아이의 글을 통해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전쟁의 민낯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언제, 어디의 누가 또 겪게 될지 모를 전쟁은 그저 내 일이 아니라고 과연 넘겨 버릴 수 있을까?
평화롭던 새벽 밤에 울려 퍼지는 폭격소리를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지 않다면 전쟁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전쟁이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어려움을 겪게 하는지 잘 알려주어야 할 의무가 어른들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무고한 모든 이들을 애도하며 긴 글을 마친다.
<추신>
이 책의 판매를 통해 얻는 수익 일부는 초록우산 어린이 재단에 기부된다.
청소년 문학 장르답게 책을 읽은 후 독후감을 써볼 수 있는 기회를 yes24에서 마련해 놓았다.
따로 pdf 파일을 첨부했으니 청소년 자녀가 있는 부모님 혹은 선생님이 활용하시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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