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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책 리뷰

[책 리뷰] 구의 증명-최진영/장편소설 추천/한겨례문학상/퇴색하지 않는 사랑의 가치/삶과 죽음

by 나비서재 2022.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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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가 먼저 죽는다면
나는 너를 먹을 거야
그래야 너 없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어."

"너를 먹고 아주 오랫동안 살아남을 거야
살아서 너를 기억할 거야."

구의증명표지

* 제목 :  구의 증명
* 지은이 :  최진영  / *출판사 :  은행나무
* 키워드 :  사랑, 믿음, 증명, 돈, 죽음, 삶, 가난, 가족
* 한줄평 : 보인다고 사랑이 아니고, 보이지 않는다고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 장르 :  장편소설
* 만족도 : ★★★★★


[책 리뷰] 구의 증명 - 최진영 / 장편소설 추천 / 삶과 죽음을 통한 퇴색하지 않는 사랑의 증명

구의증명표지2

구의 증명은 출판된 지 시간이 꽤 흐른 장편소설이다.
7년이 지난 지금에도 아직 독자들 사이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소설인 데다가 읽은 사람들 모두 
신선한 충격을 받은 소설이라는 평이 많아 읽어보게 되었다.

책을 읽기 전 작가의 말을 먼저 읽어보면서 작가가 책을 어떤 마음으로 썼을지 생각해보는데
구의 증명에서는 작가가 더 쓸 여한이 없을 정도로 모든 것을 쏟아낸 글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만큼 다른 소설에서는 느껴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구와 담에게 사랑 이린 대체 어떤 것이었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첫 장을 넘겨본다.


구의증명 첫페이지
○ 는 담의 시점에서, ● 는 구의 시점에서 적혀진 이야기이다.

구의 증명의 첫 페이지다.
첫 장의 글을 읽었을 때는 별 느낌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읽고 다시 첫 장으로 넘어와 읽어본다면
처음과는 너무도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든 담이의 글로 시작된다.
담은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일으키며 본격적인 구와 담의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구의 증명 줄거리

구와 담은 어릴 적부터 서로를 스쳐지나기만 했지만 구의 짓궂은 장난들로 오해를 쌓아
잠시 멀어져 있다 다시 만나게 되면서 그들만의 추억을 만들어가게 된다.
녹록지 않은 구의 가정환경과 부모 없이 이모와 함께 사는 담이는 
서로의 처지를 공유하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며 더욱 가까워져 갔다.

그러나 불행은 예고 없이 그들에게 찾아오기 시작한다.
함께 시간을 공유하던 노아의 죽음 앞에 깊은 죄책감을 가지게 되고 
다시 구와 담은 멀어지게 된다.

그렇게 서로의 삶으로 돌아와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버티던 중 
구는 가난의 도피처로 군대를 가고 그 사이 하나뿐이 가족을 읽은 담은 혼자가 된다.
힘든 생, 구와 담은 서로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버티며 살지만
구는 더욱 불행해진 담이를 내버려 둘 수 없어 결국 담의 앞에 나타난다.
몇 년의 시간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난 구이지만
담은 예전처럼 구를 맞이하며 함께 살기로 한다.

도대체 불행의 끝은 어디에 있는 걸까.
구의 부모가 남긴 빚은 다시 그들의 삶을 위협하고, 한 곳에 머물지 못한 채 
여기저기 떠돌며 힘든 노동의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결국 그들을 쫓는 사채업자의 폭력을 피해 도망가던 구는
담과의 마지막 통화를 마치고 죽음을 맞이한다.

담은 구의 죽음 앞에서 다시 한번 무너지지만 사랑스러운 구의 몸을 보낼 수 없다.
그래서 자신의 몸속에 넣기 위해 먹는다.
구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뜯어먹는다.
구를 먹는다면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구도 살아있는 거니까
구가 살아있다는 걸 자신이 증명할 수 있다.
그걸 증명할 수만 있다면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욕을 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그런 담을 바라보며 뜯기고 있는 구의 마음은 누가 알아줄까...

구의 증명에서 사랑하는 이를 먹는 행위를 하는 담은 타인의 이해를 바라는 것이 아닐 거다.
마치 신화처럼, 전설처럼 자신들의 존재함을 오래도록 남길 수 있는 믿음만 필요한 것이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담에게 뜯어 먹히면서 죽었지만 살아있는 구는
자신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담이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자신도 여전히 곁에서 살아있는데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썩어가는 몸뚱이에만 
집착하는 담이 가엽다. 이대로 저와 함께 차가운 바닥에서 죽어버리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죽음이라는 것이 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은 알려줄 수 없어 답답하다.

담이가 오래 살아야 자신도 담이 곁에서 오래 머물 수 있기 때문에
구는 담이 아주 오래 살아있기를 바란다. 천년 동안 아니면 더 오랫동안..


장편이지만 짧은 문체로 되어있는 소설이라 빠르게 완독 할 수 있었다.
다 읽고 난 소감은 약간의 혼란스러움이었다.
평범한 구와 담은 어쩌다 이렇게 한계에 몰러야 했을까..
자신들의 의지가 아닌 불행에 인간은 무너지고 마는 것인지..

왜 그들의 삶엔 선택이라는 게 없을까.
작게나마 가졌던 희망이 더 큰 불행을 불러오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구와 담은 그저 서로 사랑하고 가족이 되어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인데

오직 세상에 둘 뿐인 그들에게 연이은 죽음이라는 가혹한 운명은 설 자리마저 빼앗는다.
읽는 내내 조금은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아마도 나의 유년시절과 많이 닮아 있어 그랬던 거 같다.
부모의 가난이 자식의 책임이 되어 인생의 꼬리표가 되는 것
그 긴 꼬리는 잘라내고 잘라내고 남아있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그땐 그랬었지'라는 웃픈 추억이 되었지만
그때 당시의 내 마음도 아마 구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의 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형체를 읽고 사라진다는 것은 남은 삶의 희망마저 
버리게 한다. 그래서 담이는 구만큼은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았을 거다.
어떻게든 형태로 남겨 구가 살아있다는 것을 자신으로 하여금 증명하는 것이다.

구의증명사진

작가의 말의 말이에 보면 최진영 작가가 어떤 마음과 기분으로 이 소설을 쓰게 된 건지
알 수 있는 구절이 나온다. 아쉽지만 나는 그런 느낌을 받아 본 적은 없다.
그런 사랑이 있다는 걸 나는 모르지만 담이를 통해 너무나 사랑하고 사랑하면 생과 죽음이라는 것은
그 의미로 아무 경계가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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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 속 글귀들

P. 23
무언가를 알기 위해서 대답이나 설명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더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데 지금 이해할 수 없다고
묻고 또 물어봤자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모르는 건 죄가 아닌데
기다리지 못하는 건 죄가 되기도 한다고.

P. 166
판도라가 항아리를 열었을 때 그 안에서 온갖 나쁜 것들이 빠져나왔대.
근데 거기 희망은 왜 있었을까. 희망은 왜 나쁜 것을 모아두는 그 항아리 안에 있었을까.
이 얘기를 담에게 꼭 해주고 싶었는데 해주지도 못하고 나는 죽었다.
희망은 해롭다. 그것은 미래니까. 잡을 수 없으니까.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끌어들이니까. 욕심을 만드니까. 신기루 같은 거니까.
이 말을 왜 해주고 싶었다면 나는 아무 희망 없이 살면서도 끝까지, 죽는 순간에도
어떻게든 살고 싶었는데, 그건 바로 담이 너 때문에.
희망 없는 세상에선 살 수 있었지만 너 없는 세상에선 살고 싶지가 않아서.
죽음은 너 없는 세상이고 그래서 나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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