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마음
지난 40일간의 영여 필사를 무사히 끝내고 난 후 '또 어떤 새로운 도전을 해볼까?'라는 즐거운 고문이 빠졌다. 세상엔 해볼 게 너무나 많고 나에겐 나만의 시간이 있으니 뭐든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두 번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보니 어느새 난 쓰는 것에 진심인 사람이 되어버렸다. 바라마지 않던 모습이다. 이런 나에게 또 다른 선물이 되어 줄 도전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중 문득 떠오른 것이 바로 '한자'다.
한자와는 일면식이 있다. 초등학교 때 약 1년간 서예 학원을 다녔었다. 물론 그땐 한자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는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저 엄마의 등쌀에 못 이겨 억지로 간 게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조차도 좋은 기억이 되나 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 벼루에 물을 붓고 먹물을 만들던 순간들, 작은 손으로 큰 붓을 가지런히 잡고 선을 긋던 시간들이 나름의 의미가 된 걸 보면 말이다.
그 시절의 기억을 다시 끄집어내고 싶다는 마음 반, 또다시 어설픈 시작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 반이 합쳐지니 내가 찾고 있던 답을 금세 만나게 되었다. '한자'를 제대로 써보자!
지금의 내 수준에 맞춰 너무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자료를 찾던 도중 발견하게 된 것이 인디고에서 나온 '한자를 쓰다 5급'이다. 이왕 시작하는 거 한자 공부도 하면 일석이조다 싶어서 결정하게 되었다.
한자를 쓰다 5급 200자 / 어른 학습지 첫 번째 시리즈
한자를 쓰다는 마치 어릴 적에 했던 학습지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맨 첫 페이지엔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될 총 200자의 5급 한자가 한눈에 보인다.
처음 봤을 땐 쓸 한자가 은근히 많고 어려운 거 같아서 살짝 긴장했는데 다음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그나마 마음이 좀 편해졌다.
스프링 제본으로 되어 있어 180도로 쫙 펼쳐지는 페이지엔 각각 2개의 한자를 쓰고 익힐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한자를 쓸 수 있는 공간이 크다는 것과 충분히 연습할 수 있도록 빈칸의 수가 많다는 점이다.
가나다 순으로 진행되는 한자를 쓰다는 획의 순서를 미리 확인할 수 있고, 해당 한자의 뜻과 활용되는 단어 예시까지 볼 수 있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첫 획을 긋는 순간, 그게 뭐라고 얼마나 긴장되던지. 보는 사람도 없는데 혼자 호들갑 떨면서 어때를 들썩였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예쁘게 써지지 않아 속상해하다가도 가뭄에 콩 나듯 한 번씩 잘 써지는 걸 보면서 슬쩍 미소 짓기도 했다. 한자 쓰는 게 은근히 성취감도 높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된다.
내가 사용한 팔기구는 모나미 세필붓펜이다. 볼펜을 사용할까 했지만 실제 붓을 사용하는 느낌을 내고 싶어서 붓펜으로 골랐다. 그러나 이게 가장 큰 난제였음을 시작할 땐 미처 몰랐다.
선의 굵기가 달라지는 붓펜인 만큼 쓰는 게 이렇게나 까다로울 줄이야. 초반엔 어떻게 잡고 써야 하는지도 잘 몰라서 꽤나 헤맸다.
결국 시간이 답이었다. 삐뚤삐뚤하고 어색한 한자에 한숨을 쉬면서도 쓰는 것을 멈추지 않았더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이 보였던 것이다.
어느새 내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내려앉았다. 쓴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자만하는 건 안되지만 그래도 이만큼이나 해냈다는 게 어딘가. 그걸로도 이미 나에겐 충분히 칭찬힐만 한 일이다.
한자 쓰기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내가 세워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해보려 한다. 한글과 영어 쓰기에 도전해 봤으니 이젠 한자 쓰기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다.
물론 다시 어설픈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영역에서 성장해 나갈 내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기에 다시 나를 움직여 보려 한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그리고 도전에 임할 나를 위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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