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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기록/책 리뷰

[책 리뷰] 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일기 / 에세이 추천도서

by 나비서재 202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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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할 필요 없다. 슬픔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니다.”
애도의 철학자 김진영이 남긴 단 한 권의 산문집, 그리고 유고집

* 제목 : 아침의 피아노  

* 지은이 : 김진영   / *출판사 : 한겨레출판

* 키워드 : 사랑, 주체, 노래, vita nova(새로운 삶의 시작), 산책 

* 한줄평 : 남겨질 타자를 위해 떠나는 새가 불러주는 사랑의 노래 

* 만족도 : ★★★★

 

[책 리뷰] 아침의 피아노 -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일기 / 에세이 추천도서 

 

 

□ 아침의 피아노를 만나기 전

책을 많이 읽어보았다던 책 리뷰어들은 이 책을 소개하며 다들 정확한 답을 말하지 못했다.
제목만 본다면 그럴 일인가.. 싶었었는데 '이 책이 주는 무언가가 있구나'라는 걸 느꼈다.
원래 에세이는 잘 안 읽는 편이지만 왜 아침의 피아노일까
궁금했고 이 책이 나에겐 어떤 느낌을 줄지 알고 싶어서 구매하게 되었다.


■ 아침의 피아노를 읽으며

이 책은 작가이자 철학자인 김진영 작가가 병을 얻고 싸우며
죽음을 맞이하기 3일 전까지 쓴 글이다.
그래서 그의 모든 생각과 그날의 느낌이 가감 없이 적혀있다.
이 책이 쓰인 기간 동안의 글들은 주제가 없다.
그저 사랑이 있을 뿐이다. 매일 그가 느끼고 받아들이 사랑말이다.
있는지 없는지 알지 못했던 무형체의 그것은 시간이 갈수록
선명하게 존재감을 곳곳에 나타낸다. 

아침의 산책길에서, 베란다, 병원 자동차 안, 주고받은 문자, 얼굴 속에서 튀어나온다.
그것을 온몸으로 받으며 그동안 자신 안에 담아두었던 사랑의 응어리도 내보낼 수 있게 된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에서, 타자의 삶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게 되면서
느끼게 된 감정과 깨달음이 문장의 곳곳에 내려앉아있다. 

자신이 누구인지,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그를 늘 괴롭혔지만,
그것이 곧 그를 존재하게 하는 질문들이라는 것이다.
매일매일의 날씨 변화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그렇게 작은 것들에게도 감사하게 되는 마음.
그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없겠지만
저자는 자신만의 글로 자신의 내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병마와 싸우며 이런 글을 쓴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남겨질 이들에게 보내는 이 담담하고 몰아치는 그의 감정들은
그동안 보답하지 못했던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만의 애청 표현이 아닐까.

아침의 피아노를 읽으며 뭐라 딱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들을 느껴보았다.
김진영 작가를 잘 알지 못해서 이기도 하겠지만
이런 종류의 애틋함을 아직 겪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 장 한 장 나에게 들려주는 그의 사랑의 노래는 장르가 없었지만
그가 존재해 있었다는 증거로 남아 함께 따라 부를 수 있다.

그가 남긴 노래를 읊조리며 지금은 저 하늘 어디쯤에서
고통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고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본다. 


● 아침의 피아노는 

우리는 늘 바쁘게  산다.
늘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쌓여있고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지낸다.
그날 날씨가 어땠는지, 풍경은 어땠는지
그런 것엔 여유를 두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크고 무거운 것만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소하고 작은 것들도 누군가에게는 아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아침의 피아노는 늘 가까이 있어 알아보지 못했던 것들의 사랑스러움을 노래한다.
그것들을 항상 보고 느낄 수 있는 우리들은 얼마나 행복한지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 아침의 피아노 속 글귀들

P. 46 
베란다에서 세상의 풍경을 바라본다.
또 간절한 마음이 된다. 한 번만 더 기회가 주어지면 얼마나 좋을까.

P. 92
비 오는 날 세상은 깊은 사색에 젖는다.
그럴 때 나는 세상이 사랑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가득하다는 걸 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세상을 사랑하는지도 안다.

P. 234 
병원 가는 아침, 비가 내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작은 카페의 테라스를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떠오르는 미소. 그래, 지난날 나는 이런 날 저런 테라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으리라.
테라스에 잠시 앉아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젖어가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바라보았으리라.
그야말로 무연히, 아무 생각 없이 사방으로 나를 열어 놓은 채......
그때의 행복감, 그때의 자유를 나는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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