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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기록35

나의 고양이에게 #5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다섯 번째 내 고양이는 눈치 백 단 좋은 것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간식이 들어있는 서랍 근처만 가도 눈이 초롱초롱해진다던지 약통에 손만 가져가도 소파 밑으로 숨는다던지 내가 하려는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아내는 눈치 백 단 고양이 간식 먹을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긴 꼬리가 위로 쭈욱 올라오는 게 귀엽고 약 먹기 싫어 머리만 숨겼다가 잡혀올 때 포기한 듯 온몸이 축 늘어지는 모습도 그저 귀엽다. 기분 좋은 것만 해줄 수 없는 능력 없는 집사지만 이런 날 늘 똑같이 좋아해 주고 따라다녀주는 나의 고양이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 2022. 8. 23.
나의 고양이에게 #4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편지 네 번째 고양이는 많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 날쌘 몸놀림, 뛰어난 청력, 어둠 속 빛나는 두 눈 이런 능력들 말고도 고양이만이 가진 듯한 이 능력은 바로 온 지 탐지 기능이다. 보일러가 돌아가는 따끈따끈한 방바닥의 어디쯤. 고양이가 앉아있는 곳이라면 고 곳이 바로 따뜻함의 명당자리다. 나도 알지 못한 우리 집의 따뜻한 자리를 귀신보다 더 잘 찾아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방금 막 일을 끝낸 전기레인지 위 한창 게임이 돌아가고 있는 컴퓨터 본체 옆 통통한 몸을 일자로 구겨 넣은 햇살 비치는 창문 사이까지. 고양이가 있는 곳은 그런 곳이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2022. 8. 22.
나의 고양이에게 #3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편지 세 번째 창밖을 바라보는 너의 눈을 본다. 동그란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엔 작은 우주가 있다. 가만의 너의 옆모습을 보다 같이 창밖을 내다본다. 너의 눈이 향하는 곳을 보면 그곳엔 날아가는 작은 새들과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지나가는 차들이 있다. 차례차례 이어가다 돌아오는 마지막엔 나의 얼굴이 보인다. 널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나의 얼굴이. 맑고 투명한 우주 같은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떻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난 늘 궁금해. 너와 함께 밖을 바라보면 느낄 수 있는 작은 평화와 같은 시간이 좋다. 그래도 언제나 너의 눈동자의 마지막 도착지는 나이기를 바라. 잊지 말고 날 바라봐줘 언제까지나.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2022. 8. 21.
나의 고양이에게 #2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두 번째 TV를 볼떄, 책을 볼 때, 무엇을 할 때, 어디선가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이 있다. 시선의 방향을 바라보면 기다렸다는 듯 마주쳐오는 너의 두 눈동자. 누가 이기나 빤히 바라보다 슬쩍 먼저 깜박거리면 바로 돌아오는 사랑스러운 눈인사. '아구 그랬어?' 하고 맞장구치면 더 깊은 눈인사로 답해준다. 언제든 나의 시선의 끝에 있길 바라는 욕심쟁이는 오늘도 자신의 귀여움을 바라보라며 눈빛을 보낸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나'의 흔적을.. 2022. 8. 21.
나의 고양이에게 #1 - 집사가 보내는 편지/고양이 일기 나의 고양이 '하나'에게 보내는 집사의 편지 첫 번째 어느 밤 잠이 다가오기 전 들려오는 그릉그릉 목 울음소리 살짝 촉촉하고 차가운 너의 코가 날 스치면 나의 손은 너의 동그란 머리를 찾아 쓰다듬는다. 내 손은 이미 가득 차 있는 몸을 더 밀어 넣으려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아직도 한 손에 쏙 들어가는 아기 고양이라 생각하는 걸까? 일정하게 불어오는 너의 콧바람을 느낀다. 따뜻하고 말랑한 몸을 살살 쓰다듬으며 나도 그렇게 깊은 잠에 든다.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는 나의 유일한 고양이 '하나'가 11살이 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산 시간보다 앞으로 '하나'에게 남은 시간이 더 적겠구나..'라는 생각. 그때부터 마음이 초조해졌다. 그래서 여기에 내 고양이 '하.. 2022.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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